'잉글랜드 무대’ 잔뼈가 굵은 스티브 브루스(64)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단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팀 레이더망에도 든 가운데, 한국 포함 여러 행선지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대한축구협회(KFA)는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 착수했다. '단계를 무시하고' 감독을 선임한 과거가 있는 KFA는 이번엔 투명하게 절차를 설명한 뒤 사령탑 물색 작업 본격 시동을 걸까.
영국 '데일리 메일'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브루스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대신해 한국 감독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 클럽들도 그를 원하고 있다"라며 "브루스 감독은 앞으로 행보를 저울질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지난 16일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은 공석이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재택 근무와 잦은 외유, 그리고 2023카타르아시안컵 4강 탈락 결과를 낸 위르겐 클린스만과 이별을 선택했기 때문.
클린스만 감독은 불명예스럽게 퇴장했다. 그는 아시안컵 기간 동안 대표팀을 ‘원팀’으로 만들지 못했다. 선수단 내 불화가 있었다. 결과를 내지 못하고, 선수단 기강을 잡는 것에도 실패하며 경질 통보를 받았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을 물색 중이다. 20일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에 정해성 협회 대회위원장을 선임하며 차기 감독 선임 본격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월 21일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홈경기를 치른다. 5일 뒤인 26일엔 태국 원정 길에 오른다. 새 감독 선임 작업을 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브루스 감독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현역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핵심 센터백으로 뛰었던 브루스 감독은 1998년 셰필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허더즈필드와 위건, 크리스탈 팰리스 등 잉글랜드 11개 팀을 오가며 24년간 감독 생활을 이어갔다.
감독으로 치른 경기만 무려 1000경기가 넘는다. '베테랑'이다.
'데일리 메일'에 의하면 브루스 감독은 1032경기 중 384경기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승률 37.2%를 기록했다. 버밍엄 시티와 헐 시티 시절엔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인도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과 인연도 있다.
그는 위건 시절 조원희를 영입했다. 또 선덜랜드에선 지동원과 사제지간 연을 맺었다. 2019-2020시즌엔 뉴캐슬을 지휘하며 기성용을 지도하기도 했다.
브루스 감독은 2022년 10월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당한 뒤 지금까지 무직이다.
영국 또 다른 매체 '미러'에 따르면 브루스 감독의 한 측근은 "브루스 감독이 잠재적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자로 논의되고 있다. 그도 한국의 관심을 알고 있다. 한국 감독직은 분명히 매력적인 직업"이라며 "브루스는 감독으로 복귀하길 열망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감독을 맡는 게 자신의 경력에서 좋은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브루스 감독은 '한국만을' 원하고 있진 않다. 측근은 "사우디 리그의 많은 클럽들도 그를 후보 리스트 높은 위치에 올려 뒀다. 앞으로 몇 주 동안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KFA는 다가오는 3월 대표팀 경기 전까지 한 달 내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후보를 추리고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치기엔 무리가 따른다.
내국인 감독 선임이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현재 K리그 전현직 감독과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후보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론되고 있는 사람으론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황선홍 23살 이하(U-23) 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 등이다. 임시 감독 체제로 3월 경기를 마친 뒤 정식 감독을 선임하자는 방안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20일 KFA는 “정해성 신임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원 10명을 새로 선임했다. 21일 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오전 11시)를 소집할 예정이다. 그는 이날 1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개최 후 취임 소감 및 대표팀 운영 계획을 회의 내용과 함께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브리핑 자리에서 차기 감독 선임 작업 절차에 관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칙을 무시한 채 클린스만 감독을 데리고 온 KFA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임에 필요한 여러 단계를 투명하게 설명할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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