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2경기 베테랑' 스티브 브루스(64)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과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러브콜을 두고 고민 중이란 소식이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브루스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대신해 한국 감독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 클럽들도 그를 원하고 있다"라며 "브루스 감독은 앞으로 행보를 저울질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6일 클린스만 감독을 공식 경질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지휘봉을 잡았지만, 부임 직후 5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며 부진을 거듭했다. 게다가 언제나 본 무대로 강조했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졸전 끝에 4강 탈락했다.
여기에 선수단 내 불화까지 터지면서 여론의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KFA도 칼을 빼 들 수밖에 없었다. 아시안컵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몽규 회장이 임원회의를 진행한 뒤 직접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이제 KFA는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을 물색 중이다. 20일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에 정해성 협회 대회위원장을 선임했고, 21일 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논의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3월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코앞이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국내 지도자들 위주로 후보가 거론되던 중 영국 매체가 새로운 이름을 꺼냈다. 바로 잉글랜드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브루스 감독이 한국 감독직 물망에 올랐다는 것.
브루스 감독은 현역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핵심 센터백으로 뛰었고, 1998년 셰필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로 허더즈필드와 위건, 크리스탈 팰리스 등 잉글랜드 11개 팀을 오가며 24년간 감독 생활을 이어갔다.
감독으로 치른 경기만 1000경기가 넘는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브루스 감독은 1032경기 중 384경기를 승리하며 승률 37.2%를 기록했다. 버밍엄 시티와 헐 시티 시절엔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이끌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과 인연도 깊다. 브루스 감독은 위건 시절 조원희를 영입했고, 선덜랜드에선 지동원과 연을 맺었다. 2019-2020시즌엔 뉴캐슬을 지휘하며 기성용의 스승이 되기도 했다. 다만 그는 2022년 10월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에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당한 뒤 무직 신분을 이어가고 있다.
브루스 감독은 은퇴설도 있었지만, 잉글랜드 무대를 떠나 해외에서 재기에 나서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그의 한 측근은 '미러'를 통해 "브루스 감독은 한국의 관심을 알고 있다. 한국 감독직은 분명히 매력적인 직업"이라며 "그는 감독으로 복귀하길 열망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감독을 맡는 게 자신의 경력에서 좋은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KFA가 브루스 감독을 설득하기 위해선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사우디 리그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브루스 감독의 측근은 "사우디 리그의 많은 클럽들도 그를 후보 리스트의 높은 위치에 올려 뒀다. 그는 자신의 선택지를 평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 주 동안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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