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이 4전 전승으로 예선라운드를 마감했다. 오전에 먼저 경기를 끝낸 남자대표팀과 마찬가지로 거칠 것 없이 순항 중이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19일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여자5조 예선 4라운드에서 쿠바를 3대 0으로 간단히 제압했다.
전날 경기에서 이미 16강 직행을 확정지었던 여자대표팀은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예선 경기에 나섰다.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은 앞선 경기를 뛰지 않았던 이은혜(28·대한항공)와 윤효빈(25·미래에셋증권)을 기용하면서 체력 안배를 위한 로테이션도 가동했다. 붙박이 3번을 맡아온 이시온(27·삼성생명)은 마지막 경기에서는 첫 매치에 나와 선봉을 책임졌다. 이시온은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 멤버들 중에서 남녀를 통틀어 예선 네 경기에 모두 출전한 유일한 선수다.
전날까지 벤치에서 힘을 더한 멤버들은 홈그라운드에서 치러지는 세계선수권 첫 경기에서 잠시 긴장한 듯 보였지만 곧 원활한 경기력을 회복해 상대를 제압했다. 쿠바는 세계선수권대회 시스템을 파이널스로 바꾼 ITTF의 방침을 따라 중앙아메리카 지역 대표로 출전권을 받았으나, 탁구강국 한국의 대표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시온과 이은혜, 윤효빈이 차례로 모든 게임, 모든 매치를 가져왔고, 신유빈과 전지희는 벤치에서 힘을 북돋으며 ‘원 팀’을 강조해온 대표팀 분위기를 상기시켰다.
이시온이 초반 승기를 장악했으나 경기가 예상만큼 아주 쉬이 풀리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 첫 경기를 치른 이은혜와 윤효빈은 경기 초반 한국에서의 첫 세계선수권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더구나 홈 개최를 떠나 이번 대회가 국가대표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 첫 경기였던 이은혜는 첫 게임에서 세 번이나 듀스 어게인 상황을 초래했다. 하지만 이은혜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본래 기량을 찾아갔고, 곧 무난한 리드를 확보했다. 심리가 중요한 ‘멘탈게임’으로도 불리는 탁구의 특성이 제대로 확인된 경기였다. 지난 2022년 청두 대회 대표로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윤효빈은 경험을 살려 빠르게 긴장을 털어냈다. 그리고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단 한 시간 5분 만에 모든 경기가 끝났다.
경기 직후 이은혜와 윤효빈은 “한국에서 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영광스럽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벤치에서 응원하는 것보다 확실히 많이 긴장했지만 관중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원하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혜는 “제가 원래 좀 스타트가 늦는 편이다. 긴장한 것도 있지만 약간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첫 게임이 지나고 벤치에서 감독님과 멤버들이 편안하게 하라고 얘기해줘서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응원해주신 관중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경기 중에 응원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본선 토너먼트도 착실하게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효빈은 “벤치에 있을 때도 긴장이 되긴 했는데 막상 뛰려고 하니까 더 긴장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면서 곧 몸이 풀렸다. 즐기자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윤효빈은 직전 2022년 청두 대회 때는 가장 많은 시합을 뛴 주인공이다. “그때는 팀 내에 부상도 많았고, 사실 힘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그때에 비하면 환경도 좋고 팀 분위기도 상승세여서 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본선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시온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를 출전 중이다. 더구나 마지막 경기에서는 에이스의 중책을 맡았다. 이시온은 “아직까지 원하는 대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서 경기를 계속하면서 찾아가는 중이다. 계속 시합을 뛰는 것이 체력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빨리 100%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 중이다. 이제 본선이고, 토너먼트에서는 더욱 강한 상대들을 만나야 한다.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은 예선라운드 4연승을 거두면서 좋은 기분으로 토너먼트에 돌입하게 됐다. 16일 이탈리아, 17일 말레이시아, 18일 푸에르토리코, 19일 쿠바전까지 별다른 고비를 만나지 않고 예선을 마쳤다. 4라운드를 먼저 끝낸 한국은 20일 하루 경기를 쉬고, 21일 저녁 경기부터 본선 토너먼트를 시작한다. 21일 오전에 치러질 본선 1회전 승리팀과 16강전을 치른다. 한국의 16강 상대는 20일 예선이 모두 끝난 뒤 열리는 대진 추첨 이후에나 점쳐볼 수 있다.
예선라운드를 계획대로 마감한 오광헌 감독은 “예선을 비교적 잘 치른 듯 보이지만 한 경기, 한 경기 돌아보면 쉽지만은 않은 승부들이었다. 상대와 관계없이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본선에서는 더욱 강한 적수들을 상대해야 하므로 계속해서 긴장감을 가져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인도가 요주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쉽게 봐선 안 된다. 모두 강팀이라고 생각하고 대진이 정해지는 대로 철저히 분석해서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