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조직의 구성이나 미디어를 포함해서 참가자들을 위한 시설이 잘 설비되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직 초반이지만 현재 분위기로만 보자면 훨씬 많은 분들이 응원을 올 것 같은 기대감도 생깁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취재를 위해 먼 독일에서 날아온 탁구전문기자 호잉 수잔느 씨가 이번 대회에 대한 좋은 평가를 전했다. 호잉 수잔느 기자는 “무엇보다도 대회 운영을 위한 조직이 체계적으로 잘 구성돼 있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매우 따뜻하고 친절해서 환영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독일 탁구 잡지 [MAGAZINE TISCHTENNIS] 소속인 호잉 수잔느 기자는 플레이어로는 한국의 생활체육과 비슷한 수준인 독일 4부 리그 활동 경력뿐이지만, 기자로는 오랜 경력을 지닌 베테랑 저널리스트다. 탁구와 글쓰기를 좋아해서 탁구전문기자를 지망했고, 2010년 입사 후로 15년째 활동 중이라고 한다. 특히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탁구대회 취재를 자주 다니는데, 2011년 로테르담 대회부터 시작한 세계선수권대회 취재는 이번 대회까지 9번이나 참가했다고.
취재 중에 우연히 옆자리에서 만나 대화를 시작한 호잉 수잔느 기자는 한국탁구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특히 한국여자대표팀 에이스 신유빈에 대한 특집기사를 준비 중이라면서 한국에서의 탁구인기와 역사, 이번 대회 유치 배경,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등 많은 질문을 던져왔다. 한국 취재진이 마찬가지로 독일탁구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피력한 것도 물론이었다. 대화는 예상보다 아주 길어졌으며, 이번 대회에 대한 평가는 그런 얘기들 속에 섞여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어서 신뢰가 갔다.
독일은 1926년 제1회 대회부터 모든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역사를 함께하고 있는 전통의 탁구명가다. 세계대회 개최만도 7회나 돼 이제 처음 대회를 연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만 독일은 오랜 역사에 비해 우승컵을 들어본 경험이 많지 않다. 여자단체전은 1934년 여자단체 초대 대회와 1939년 두 번이 전부이며, 남자단체전은 아직까지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역시 여자가 두 번 하고, 남자는 우승을 경험 못한 한국과 비슷한 처지인 셈이다.
재밌는 것은 최강 중국을 추격해야 하는 같은 입장인 한국과 독일이 자꾸 먼저 부딪친다는 것. 세계대회에서도 올림픽에서도 4강에서 만난 독일이 한국의 앞길을 막은 것만도 벌써 여러 번이다. 가장 최근 단체전 대회인 2022년 청두 대회 4강전에서 한국의 결승 진출을 막은 상대도 독일이었다. 게다가 2조 톱시드인 독일과 3조 톱시드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4강에서 만날 확률이 낮지 않다. 호잉 수잔느 기자가 남자단체전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궁금했는데, 그는 “한국과 만난다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다만 독일 최고 선수인 티모 볼이 갑작스런 사정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답했다. “누가 이기든 결승에 간다면 중국과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공통분모.
그러니 따지자면 한국과 독일은 일종의 라이벌이지만 최강 중국을 추격하는 동지인 셈이다. 호잉 수잔느 기자는 “현실적으로 지금은 중국이 너무 강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중국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그 날이 언제 올지 잘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또한 그런 면에서 “독일도 물론이지만 한국과 같은 탁구강국들이 좀 더 힘을 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있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계기로 한국탁구가 좀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전했다.
16일 개막한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호잉 수잔느 기자의 바람대로 한국탁구 중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개막한 대회는 3일차를 지나면서 많은 관중들의 호응 속에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혹시 부족한 점은 없을까? 7회나 되는 세계선수권대회 개최 경험을 지닌 독일의 전문기자에게 다시 물었는데, 잠시 망설이던 그는 뜻밖의 답을 내놓으며 조금은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배려가 약간?!”
“내부에 선수단과 관계자들을 위해 준비한 식당은 그렇지 않겠지만 경기장 인근 시설들을 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다”고 말한 호잉 수잔느 기자는 “너무 개인적인 애로사항인 것 같다”면서 “그 외에는 특별히 부족한 점을 찾기 힘든 훌륭한 대회”라는 평가를 다시 전했다. 그리고 그는 “이왕에 치러지는 대회 성적도 잘 내면 좋겠다. 4강이든 결승이든 한국과 독일이 꼭 만나서 좋은 경기를 하기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만나서 인사하자“면서 또 다른 취재를 위해 자리를 떴다. 한국탁구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첫 경험인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언제고 또 다시 열게 될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서라도 더 작은 부분 하나 하나 챙겨둬야 할 것들은 분명히 있을 듯하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