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60) 전 감독과 정몽규(62) 회장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다 지난 16일 1년 만에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부터 직접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고백해 관심을 모았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한창이던 지난달 21일 독일 '슈피겔'이 공개한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몽규 회장과 아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다소 우연이 겹치면서 한국 대표팀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아들이 2017년 한국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때부터 정 회장과 알고 지냈다. 그러다 그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도중 한 경기장의 VIP 구역에서 정 회장을 다시 만났다.
이 때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인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 회장에게 "감독을 찾고 있냐"고 농담조로 물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당시 한국은 브라질과 16강전서 1-4로 패했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클린스만 전 감독에 따르면 다음날 둘은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은 정 회장에게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몇 주 후 정 회장이 실제 연락해 관심을 보였다.
결국 클린스만 전 감독이 정 회장에게 건넨 농담이 단초가 돼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정 회장이 직접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는 앞선 15일 클린스만 전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 밝힌 내용과 일치한다. 그는 "전력강화위원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이런 자리가 정말 좋고 소중하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설명은 달랐다. 정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전임 벤투 감독 때와 같이 똑같은 프로세스를 밟았다"고 강조했다.
또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도 61명에서 23명으로 후보를 좁힌 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최종적으로 정했고 인터뷰했다"면서 "1~2위와 2차 면접을 진행했고, 클린스만 감독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계속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고 밝혔다. 이는 실제 클린스만 전 감독이 서울 용산역 인근 호텔에 거주했고 정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용산역에 있어 가능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가 관리, 감독해야 할 클린스만 전 감독이 '마이웨이'식 각종 논란을 태만하게 방관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정 회장이 클린스만 전 감독의 든든한 뒷배경이 됐고 클린스만 전 감독은 이를 십분 활용한 셈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한국과 3년 계약을 맺었다. 경질되면서 엄청난 위약금을 받을 예정이다. 정 회장은 "변호사와 상의해 봐야 한다. 금전적인 부담이 생기면 내가 회장으로서 재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