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사단'이 자기 얼굴에 침 뱉고 있다. 무책임한 이들을 데리고 온 대한축구협회(KFA)의 '흑역사'이기도 하다.
17일(한국시간) 독일 언론 ‘슈피겔’에 따르면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해당 매체와 통화에서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4강 탈락했지만) 스포츠(경기) 측면만 본다면 성공적이었다. 최고였다”라고 스스로 칭찬했다.
언제 클린스만 감독과 통화했는지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시안컵 직후, 해임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슈피겔'이 “클린스만 감독이 서울에 갔을 때는 설날이었고, 당시 그와 시간을 내 대화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경질될 때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준결승 경기 전까지 12개월 동안 13경기 무패의 놀라운 여정이었다. 계속 파이팅”이라고 SNS에 글을 올리며 경질된 와중에도 뻔뻔했다. 요르단과 준결승전 ‘굴욕패’ 파장은 쏙 뺀 채 약체들과 싸워 이긴 기록만 강조했다.
지난 3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바람 잘 날 없었다. 논란의 연속이었다. 한국을 벗어나 이역만리 외국에서 재택근무를 한 데 이어 아시안컵을 앞둔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잦은 휴가를 떠나 원성을 자초했다.
그런 와중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우승을 확신한다”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우승 확신’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미 부임 전 ‘전술 없는 전술’이란 평가가 자자했다. 실제로도 그가 평가전에서 보여준 '무취무색' 전술로 인해 축구 팬들은 기대보단 걱정을 더 많이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코치진과 머리 맞대고 전술 구상을 하기보단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지하기 바빴다. 응집력이 현저히 떨어진 클린스만호는 결국 탈이 났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이강인(파리 생제르맹)~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급 멤버’를 자랑하고도 지난 7일 요르단전 0-2 패배로 인해 아시안컵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한국의 FIFA 랭킹은 23위, 요르단은 87위였다. 객관적 전력에서 차이가 심한 요르단을 상대로 ‘유효슈팅 0개’ 수모를 겪으며 무릎을 꿇었다.
설상가상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이 경기장 밖에서도 통하지 않았단 것이 드러났다. 요르단전 전날 손흥민과 이강인의 물리적 싸움이 있었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선수단 관리에 실패한 클린스만 감독의 능력 부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놀랍게도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직전 KFA와 회의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다퉈 대표팀 경기력이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감독이 오히려 선수 탓을 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다. 마지막까지 그에게서 리더십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하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도 뻔뻔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현역시절 함께 바이에른 뮌헨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또 이미 ‘감독-코치’로서 합을 맞춘 적이 있다. 2011년~2016년까지 클린스만이 미국 대표팀 감독직을 역임했는데 이때 그를 도운 수석코치가 바로 헤어초크다. 역시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어쨌든 2014년브라질월드컵에서 미국의 16강행 성과를 만들어냈다.
클린스만 감독의 '오른팔' 헤어초크 수석코치는 17일 오스트리아 매체 ‘크로넨차이퉁’에 올린 기고 글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을 떠나는 심경을 전하면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감정적인 몸싸움이 당연히 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간 싸움은) 훈련장에서만 봐왔던 장면이지, 식당(다툼이 일어난 장소)에서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은 없었다"며 “단 몇 분 만에 우리가 몇 달 동안 힘들게 쌓아 올렸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비난이 억울하다고 강조하면서 성적이 좋지 못했던 것은 선수들 간 불화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과 헤어초크 수석코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선수들을 깎아내리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이들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졌던 약 1년이란 시간은 선수단을 장악하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기간이었다. 그러나 장악은커녕, 불구경하듯 지켜만 봤다. 감독으로서, 수석코치로서 '원팀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단 것이 자연스레 드러난 것이다.
그것도 모른 채 두 사람은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한국 대표팀 내 있었던 일을 떠벌리고 있다. 선수단 ‘보호’ 능력이 ‘0점’이란 것을 스스로 소문내고 있는 셈이다.
애초에 클린스만 감독과 헤어초크 수석코치를 한국으로 불러들인 KFA의 ‘보는 눈’이 ‘수준 이하’였단 뜻으로도 분석 가능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2019년 11월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 감독을 맡았지만 단 10주 만에 SNS를 통해 사임 의사를 독단적으로 밝히고 무책임하게 지휘봉을 내려놓은 과거가 있는 감독이다.
그런 사람에게 KFA는 먼저 다가가 지휘봉을 맡겼다. 역사에 길이 남을 ‘흑역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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