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탁구 남녀대표팀이 17일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2일차 경기에서도 순항을 이어갔다. 벡스코 초피홀에서 연이어진 경기에서 여자 말레이시아, 남자는 뉴질랜드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나란히 2연승이다.
남자팀은 이 날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3조 예선 2라운드 경기에서 뉴질랜드를 3대 0으로 제압했다. 한 게임도 내주지 않은 9대 0 퍼펙트 승리였다. 뉴질랜드는 세계대회 시스템이 파이널스 형식으로 바뀌면서 오세아니아 대륙 대표로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세계 4강을 지켜온 강자 한국을 상대로는 아직 역부족의 경기력을 보였다. 주세혁 남자대표팀 감독은 전날 경기에서 뛰지 않은 주장 이상수(33·삼성생명)와 막내 박규현(18·미래에셋증권)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전 멤버를 고르게 활용하는 여유를 보였다. 전날 경기에서 패했던 안재현(24·한국거래소)을 다시 기용해 자신감을 되찾게 한 전략도 돋보였다.
이 날 경기에서 이번 대회 첫 경기를 치른 이상수는 “그동안 많은 대회를 나가봤지만 한국말로 응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거의 첫 경험이라 새로웠다”면서 웃었다. “한국에서 하는 세계대회에 꼭 나가고 싶었는데 꿈이 이뤄진 것 같아 영광이고, 오늘 첫 단추를 잘 꿰었으니 남은 경기들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첫 경기 소감을 전했다.
막내 박규현에게는 더 뜻 깊은 경기였다. 성인대표로서 세계선수권 데뷔전을 치렀다. 박규현은 경기 후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경기를 치러가면서 몸이 풀린 것 같다. 응원소리도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았는데 경기 중반부터는 잘 들렸다. 탁구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오셔서 신기했다.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좀 더 열심히 해서 과정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뉴질랜드전은 결과를 떠나 뉴질랜드 2번 주자 티모시 초이(16‧한국명 최준혁)에게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번 대회 한국대표팀을 제외한 유일한 한국계 출전 선수인 티모시 초이는 한국의 까마득한 선배들을 상대로 세계대회를 치르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1매치에서 자신보다 무려 열일곱 살이 더 많은 이상수를 상대로 열심히 싸웠지만 게임을 따내는 데는 실패했다. 최준혁은 2002년 뉴질랜드로 이민한 부모 밑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다. 아직 10대지만 뛰어난 자질을 보이며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최준혁은 경기 후 “한국에서 하는 세계대회에서 한국의 선배들을 상대로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으며, 이번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상수 형이랑 시합하게 돼서 솔직히 좀 어렵기도 했는데 경기 끝나고 따뜻하게 격려해주셔서 좋았다”고도 덧붙였다. 뉴질랜드는 현재 2패를 기록 중이다. 최준혁은 “현실적으로는 우리 팀의 본선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미리 포기하지 않고 동료들과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응원해주신 한국의 탁구팬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남자대표팀은 18일 경기에서는 오후 5시에 칠레를 상대로 3라운드 경기를 벌인다. 칠레는 전날 경기에서 역시 뉴질랜드를 상대로 승리해 1승을 거두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앞서지만 기세가 오르면 걷잡을 수 없는 남미 선수들의 특성상 신중하게 임할 필요가 있는 복병이다. 뉴질랜드 전에서 이번 대회 첫 승을 거둔 안재현은 “쉬운 상대도 쉬운 승부도 없는 게 세계대회라고 생각한다. 방심하지 않고 임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한편 개막식의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 경기를 치른 여자대표팀은 신유빈(19·대한항공),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 이시온(27·삼성생명)이 차례로 출전해 모든 매치, 모든 게임을 이겼다. 말레이시아는 전날 조 최약체 쿠바를 상대로 1승을 거두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최강팀을 상대로는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다. 관중들은 개막식의 여운에 완승의 기운을 더해 신나는 저녁시간을 만끽했다.
여자대표팀은 다음 날인 18일은 오후 1시에 카리브해의 복병 푸에르토리코와 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푸에르토리코는 한국과 조 수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국에 패한 이탈리아와의 17일 경기에서 예상 밖 패배를 당했다. 첫 경기를 부진하게 출발했지만 푸에르토리코는 아메리카 대륙 최강자 애드리아나 디아즈가 있는 난적이다. 패배를 안고 있어서 더 독기를 품고 한국전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표팀 주전들은 “상대를 의식하기보다 각자 자기 몫의 1승을 챙긴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임하겠다”고 결속을 다졌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2일차를 지나면서 모든 팀이 한 경기 이상씩을 치렀다. 모두가 출발선에서 발을 뗀 17일은 개막식을 통해 본격적인 막을 올린 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첫 번째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빠르게 흘러가는 중이다. /what@osen.co.kr
▲남자 3조 예선 2라운드
대한민국(2승) 3대 0 뉴질랜드(2패)
1매치 : 안재현 3(11-6, 11-5, 11-1)0 AlfredDELA PENA
2매치 : 이상수 3(11-4, 11-9, 11-4)0 Timothy CHOI(최준혁)
3매치 : 박규현 3(11-5, 11-2, 11-8)0 Maxwell HENDERSON
▲여자 5조 예선 2라운드
대한민국(2승) 3대 0 말레이시아(1승1패)
1매치 : 신유빈 3(11-2, 11-9, 11-4)0 HO Ying
2매치 : 전지희 3(11-4, 11-7, 11-3)0 LYNE Karen
3매치 : 이시온 3(11-7, 11-1, 11-3)0 CHANG Li Sian Al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