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7일 오후 3시 57분, 부산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애국가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정체성을 알리는데 적격이었다. 제창이 끝나자 한국탁구의 ‘세계선수권 히어로’ 현정화 조직위 집행위원장이 단상에 올랐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이곳 부산에서 세계의 탁구축제가 펼쳐집니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마침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17일 오후 개막식을 열어 전 세계의 탁구축제가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박형준‧유승민 공동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위 임‧직원들, 페트라 쇠링 회장을 비롯한 ITTF 인사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방성빈 BNK부산은행장 등 주요 귀빈들이 경기장을 메운 관중들과 뜻 깊은 자리를 함께했다.
개막식은 장엄한 오프닝퍼포먼스와 귀빈들의 축하인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축하공연이 차례로 이어지며 절정을 이뤘다. 오프닝 영상 ‘One Table, One World’는 한국의 탁구역사를 배경으로 세계인이 하나 되는 화합의 의미를 대회 슬로건에 담아 표현했다. 정현숙·이에리사 리빙 레전드가 단상에 함께 섰다. 1973년의 사라예보에서, 1991년의 지바에서, 또한 1988년 서울과 2004년 아테네에서 신화를 쓴 영웅들이 감회어린 눈빛으로 ‘탁구로 하나 되는 세상’을 지켜봤다.
세계적인 DJ 아민 반 뷰렌의 ‘Ping Pong’을 샘플링한 ‘Unleashed Beats : Ping Pong Harmony’는 한국 전통 군악대인 취타대와의 협연으로 관중들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들었다. 탁구를 연계한 EDM 레이저쇼가 펼쳐졌고, 취타대는 흥겨운 퍼포먼스로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세계 각국에서 바운드를 시작한 탁구공이 역동적으로 부산에 모여들었고, 퍼포먼스의 끝에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각국의 국기들이 있었다. 관중들이 큰 박수와 함성으로 참가국들을 환영했다.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박형준 부산시장(공동조직위원장)이 단상에 올랐다. 박 시장은 “한국에서의 첫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부산시민들에게 큰 의미가 된다. 2020년 대회가 코로나19로 취소된 후 재유치에 성공한 터라 감회가 더 남다르다. 이번 대회의 성공 개최로 대한민국 탁구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 아시안게임, APEC 등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과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이곳 부산에서 세계 각국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인사했다. “함께 빛나는 우리가 되자”고 강조하며 “One Table One World”를 외쳤다.
이어 유승민 공동위원장은 부산시와 문화체육관광부, 국제탁구연맹 등 대회 준비를 지원한 모든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특별한 인물에게도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처음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크게 공헌한 故 조양호 전 회장을 향한 인사였다. 유승민 위원장은 “조양호 회장님도 오늘의 현장을 기뻐할 것“이라고 되새겼다. 유승민 위원장은 또한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계기로 한국탁구는 세계무대의 확실한 주역으로 다시 서게 될 것”을 강조했으며,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 모든 역사의 서막”이라고 힘줘 인사했다.
대회 주최측인 국제탁구연맹(ITTF)의 페트라 쇠링 회장도 개회 인사에 동참했다. 페트라 회장은 “이번 대회는 단순한 경쟁 그 이상의 단합을 지향하며, 탁구에 대한 우리 모두의 열정을 기리는 자리다. 모든 선수 하나 하나가 자신만의 재능과 열정을 이끌어내면서도 화합할 수 있는 ‘탁구로 하나 되는 세상’을 대한민국보다 잘 구현해낼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탁구의 시대를 새롭게 정의하는 역사적인 순간, 희망찬 새 장을 함께 열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지금 여기 부산에서 시작된다”고 인사했다.
이어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다시 도전해 대한민국 탁구 역사상 최초의 세계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처럼 뜻 깊은 대회가 성공적인 개최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탁구의 성장을 견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기흥 회장의 축사에 이어 한국 남자대표팀 선수 임종훈과 박인숙 국제심판, 그리고 임원단을 대표한 유남규 대표팀 훈련단장이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통합선서를 진행했다. 새로운 역사를 바라는 마음만큼이나 선서자들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함께했다.
“모든 선수들의 이름으로, 모든 심판들의 이름으로, 모든 코치와 임원들의 이름으로, 우리는 포용 평등의 정신을 존중하고 준수하며 페어플레이의 정신으로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할 것을 약속합니다. 우리는 스포츠의 영광과 팀의 명예를 위하고 탁구 규칙을 준수하며 도핑 및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스포츠에 전념할 것을 약속합니다.”
공식 의전 절차의 마지막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장식했다. 유인촌 장관은 “지구촌 40여 개국에서 찾아주신 2천여 명의 선수단 여러분이 그동안 땀과 눈물로 쌓아 오신 실력을 가감 없이 펼쳐주기를” 당부한 뒤 개회를 공식 선언했다. “지금부터 BNK부산은행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 마침내 한국탁구 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식후공연 역시 개막식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다. 먼저 ‘빛의 축제’를 테마로 한 미디어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메인테이블이 있는 경기장과 LED 스크린을 활용한 ‘빛의 축제’는 전통연희와 한국무용에 IT기술을 접목해 만든 생동감크루와 IN풍류팀의 대형작품이다. 현대적 사운드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나라와 부산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렸다.
마지막으로 짙은 호소력과 파워풀한 가창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수 소향이 합창단과 함께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만의 무대를 꾸몄다. 소향은 세계적인 EDM아티스트 알렌 워커의 ‘Alone’과 이번 대회 주제가 ‘Win For You’를 리믹스한 공연을 펼쳤다. EDM비트와 전통악기(태평소, 해금, 장구, 가야금)가 어우러졌다. 약 40분의 길지 않은 행사였지만 개막식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면서 관중들을 국제적인 화합의 시간으로 초대한 인상적인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회 슬로건 ‘One Table, One World’가 드라마틱하게 구현되면서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역시 큰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개막식과 함께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마침내 본격적인 문을 열어젖혔다. 전날인 16일부터 이미 첫 라운드를 시작한 대회는 개막식이 있는 17일 오전에도 예선 2라운드를 진행하며 일정을 쉬지 않았다. 개막식 직후에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여자단체전 5조 예선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날 마지막 경기는 한국과 뉴질랜드의 남자단체전 3조 예선 2라운드다. 개막식을 지켜본 관중들이 경기장에 남아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대회 슬로건 그대로 ‘탁구로 하나 되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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