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중국은 유소년클럽농구에도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
아시아 각국의 유소년들이 모여 최강 클럽팀을 가리는 ‘NH농협은행 2024 아시안 유소년 농구 슈퍼컵’이 16일 강원도 홍천군에서 개막했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 12개국, 90개팀, 4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홍천군과 홍천군체육회가 주최하고 KXO(한국3x3농구연맹)가 주관을 맡았다.
이번 대회 참가팀 중 최다규모를 자랑하는 팀은 단연 중국이다. 선수 48명과 코칭스태프 및 가족 62명까지 총 110명이 한국을 찾았다. 중국팀 립타이드 엘리트는 U10, U12, U15, U18까지 모든 연령에 네 팀을 파견했다.
경기력도 뛰어났다. 립타이드 U15팀은 국내최강이라는 강남SK를 맞아 21-18로 역전승을 거뒀다. 중국팀의 선수구성은 특이했다. 국제학교를 다니는 다국적 선수들이 많아 성은 중국이고 이름은 영어로 된 선수가 많았다. 특히 5명의 주전 중 한 명이 여자선수 시 케이 탄(15)이었다.
탄은 163cm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아 팀을 지휘했다. 양손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넓은 시야로 패스를 뿌리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외곽에서 3점슛도 성공시켰다. 농구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를 잘 배웠다는 평가다. 현장에서 “WKBL 선수로 키우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다.
중국이 이렇게 농구에서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경기 후 립타이드 U15팀을 이끄는 챠비 테렌 코치를 만나 해답을 들었다.
승리를 축하하자 테렌은 “어려운 경기였다. 1쿼터에 0점을 넣어서 선수들이 당황했다. 수비부터 열심히 해서 역전승을 할 수 있었다. 오늘 승리로 자신감을 얻게 됐다. SK가 한국에서 강팀으로 들어서 더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스페인코치가 중국클럽팀을 지도하는 이력이 궁금했다. 그는 “난 스페인에서 왔다. 중국에 14년 전에 와서 거의 절반은 중국인이다. 이 팀을 4년 전에 맡아서 지도하고 있다. 우리 팀은 수많은 대회를 함께 치르면서 서로를 믿고 있다. 오늘 같은 (역전승)상황이 쉽지 않았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가기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테렌 코치는 경기내내 영어로 중국선수들과 소통했다. 선수들도 영어가 더 편하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중국 유소년클럽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코치는 “우리 클럽에 U6부터 U18까지 300명이 넘는 선수들이 있다. 많은 선수들이 프로선수를 지망하지만 사실 프로가 되기는 대단히 힘들다. 우리 클럽에는 공부도 열심히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코치로서 선수들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한국 토너먼트에 참가한 것도 실력향상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외국인 코치가 선수들을 혼내지 않는다는 이미지도 선입견이다. 테렌 코치는 경기내내 소리를 지르며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혼을 낼 때는 매우 엄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재능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비에서 100%를 다하라고 한다. 이기든 지든 100%를 쏟아내라고 한다. 최대한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야 후련하게 집에 갈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선수들에게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농담을 했다.
마지막으로 테렌은 “한국에 두 번째 왔는데 좋다. 10년 전에 서울에 온 적이 있는데 홍천은 처음 와 봤다. 한국음식이 맛있다. 아주 아름답고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11개국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는 멋있는 경험을 했다. 주최측에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