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서 유일한 여자선수로 뛰면서 남자들을 압도한 소녀가 나타났다.
아시아 각국의 유소년들이 모여 최강 클럽팀을 가리는 ‘NH농협은행 2024 아시안 유소년 농구 슈퍼컵’이 16일 강원도 홍천군에서 개막했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 12개국, 90개팀, 4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홍천군과 홍천군체육회가 주최하고 KXO(한국3x3농구연맹)가 주관을 맡는다.
대회가 17일 이틀 차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토너먼트 진출팀의 윤곽이 나오고 있다. U15 중국대표 립타이드 엘리트와 한국의 강남SK가 맞붙었다. 국내최강을 자부하는 강남SK가 18-21로 역전패를 당했다.
중국팀의 선수구성이 특이했다. 국제학교를 다니는 다국적 선수들이 많았다. 특히 5명의 주전 중 한 명이 여자선수 시 케이 탄(15)이었다. 이번 유소년 대회는 남녀팀 구분이 따로 없다. 여성선수도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출전해 남자들과 경쟁할 수 있다. 여성선수에게 점수를 더 주는 등 이득도 없다. 실제로 중국과 베트남팀에서 여성선수가 주전으로 뛰었다.
탄은 163cm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아 팀을 지휘했다. 양손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넓은 시야로 패스를 뿌리는 안정적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외곽에서 3점슛도 성공시켰다. 농구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를 잘 배웠다.
현장에서 지켜보던 농구인들 사이에서 “야! 진짜 잘한다! 기본기가 너무 좋다. 한국에 데려와서 키웠으면 좋겠다. WKBL에서 뛸 수 있는 선수”라며 탄에게 극찬이 쏟아졌다.
경기 후 만난 탄은 수줍은 많은 15세 소녀였다. 승리를 축하한다고 하자 “고마워요. 좋은 경기였다. 팀으로서 잘 뛰었다. 훈련을 아주 열심히 했고 경기에서 성과가 잘 나왔다”며 기뻐했다.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그녀는 “올해 15살이고 중국 상해에 산다. 18세 오빠와 12세 남동생이 있고 다 농구를 한다. 오빠를 따라서 3-4년 전에 농구를 시작했다”고 했다.
팀내 유일한 여성으로서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탄은 “맞다. 어려움이 있다. 팀에서 나 혼자 여자고 남자들 사이에서 키도 가장 작다. 골밑에서 플레이하기가 어렵다. 옷을 갈아입을 때 다른 방에 가는 등 생활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고백했다.
워낙 실력이 좋다 보니 프로선수를 꿈꾸는지 물어봤다. 탄은 “골밑에 패스를 잘 주는 것 같다. 물론 외곽에서도 자신 있다. 하지만 프로선수는 꿈꾸고 있지 않다. 그냥 농구를 좋아해서 하고 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탄을 지도하는 차비 테렌 코치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4년 전부터 탄을 지도했다. 원래 잘하는 선수라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믿고 주전으로 출전시키고 있다. 지금은 프로선수가 꿈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중에 탄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면서 웃었다.
중국선수로서 국제대회에 참가해 한국을 방문한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탄은 “한국은 처음이다. 아주 좋다. 음식이 맛있다. 이름은 잘 모르겠고 쌀로 만들어 빨갛고 매운 음식(떡볶이)이 맛있었다. 한국의 산도 아주 아름다운 것 같다”며 엄지척을 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