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커지게 방관하더니 이젠 팬-언론에 도와주라고 말씀하신다.
정몽규(62) 회장을 비롯한 KFA 임원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 진행했다. 회의를 마친 정 회장은 오후 2시 40분 직접 입장발표자로 나섰다.
정몽규 회장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 팬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실망드려 죄송하다. 축구 협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며 사과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해당 논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이 자리 최고 화두는 클린스만의 경질 여부와 후임 감독, 최근 알려진 손흥민, 이강인을 둘러싼 대표팀 분열이었다.
먼저 클린스만의 경질은 김이 빠져버렸다. 발표를 1시간 30분 앞두고 클린스만 본인이 직접 소셜 미디어에 작별 인사를 남긴 것. 이후 KFA 관계자는 본인에게 먼저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 본인에게 통화로 먼저 알렸다"라며 발표에 앞서 클린스만 경질에 관해 이야기했다.
후임 감독으로는 다양한 국내 지도자가 언급됐으나 정몽규 회장은 "차기 대표팀 감독에 관해서는 국적 등 상의된 바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린 뒤 조속히 알아보겠다"라며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답했다.
손흥민과 이강인 등 대표팀 내분은 국내 매체가 아닌 해외 언론에서 먼저 보도됐다. 지난 14일 영국 '더 선'은 "손흥민은 아시안컵 탈락 전날 대표팀 동료와 몸싸움을 벌여 손가락이 탈구됐다"라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팀 결속의 기회로 활용되는 식사 자리를 일찍 떠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했다.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이강인도 손흥민이 불만을 제기한 '젊은 선수' 중 하나였다"라고 설명했다.
KFA는 "더선이 보도한 내용은 대체로 맞다"라고 인정하며 "손흥민이 탁구를 치러 자리를 일찍 뜨는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현했고, 젊은 선수들이 이에 반발, 다툼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라며 이를 빠르게 인정했다.
빠른 인정 후, 숨어버렸다. 추가 설명은 없었다.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KFA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후 국내에서도 여러 소식통을 인용한 상황 묘사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KFA는 긍정도, 부정도 없이 상황을 방관했다.
오현규, 조규성 등 일부 '젊은' 선수들의 소셜 미디어엔 추측성 '악플'이 달렸고 심지어는 아시안컵 명단에 포함되지도 않은 이승우도 악플 피해를 봤다.
정 회장은 "국내 선수 일부에 대해서는 12월 26일서부터 70일 동안 합숙했다. 유럽 선수들은 1월 2일 합류했다. 거의 50명의 남자들이 40일 이상 합숙했다. 또 120분 경기를 연속해서 치렀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팀에서 종종 일어나기도 하는 일"이라며 "이럴 때 너무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 뒤엔 "언론도, 팬분들도 지금 모두 도와주셔야 할 것 같다. 다들 젊은 사람들인데 잘 치료하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라며 방관한 뒤, 이제서야 언론과 팬들을 향해 선수들의 상처를 돌봐야 한다고 '훈계'했다. 이번 사태의 수습을 팬, 언론에게 넘겼다.
정 회장은 "아시안컵에서 무너진 것도 한 팀이 되지 못한 것이 이유"라며 아시안컵 실패 원인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의 징계에 관해서도 질문받았다. 이에 정 회장은 "징계 사유 조항을 살폈다. 소속 선수가 아니기에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추후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그가 이 방안을 잘 논의해야 한다.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표팀 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음 감독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아시안컵 탈락 이후 팬들은 끊임없이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끝내 자리를 지켰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