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책임'이다. 따라오는 행동은 없다.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정몽규(62)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KFA) 임원은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 진행했다. 회의를 마친 정 회장은 오후 2시 40분 직접 입장발표자로 나섰다.
정몽규 회장은 2시 40분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 팬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실망드려 죄송하다. 축구 협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며 사과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해당 논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정몽규 회장은 생존을 택했다. 클린스만 감독만 해고됐을 뿐이다.
지난해 4월 KFA에선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KFA는 2023년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라며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라고 알렸다.
KFA가 사면 조치를 단행했던 100명의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팬들은 우려와 비판을 쏟아냈다. KFA가 사면 이유를 "창립 90주년을 맞이했고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및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빛나는 성과를 축하하고 새출발하는 시점에서 축구계 대통합을 고민했다"라며 납득되지 않는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진실된 사과를 전하지도 않았고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지는 못했다.
이후 이영표 KFA 부회장을 비롯해 이동국 부회장, 조원희 사회공원위원장은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과를 전했고 사퇴를 발표했다. KFA는 보도자료를 통해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4일 오후 일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은 당시에도 자리를 지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연이어 잘못을 저지르는데도 고칠 생각이 없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비판받겠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비판을 받을 뿐 추가 조치는 없었다. 축구회관 밖에서 며칠째 '정몽규 회장은 사임해라'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듣고만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선택한 정몽규 회장으로 인해 한국 축구는 완전히 헤집어졌다.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한국 대표팀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고 선수단 기강은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황금세대'라고 불리던 선수들은 아시안컵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클린스만은 이후 미국에서 이별 인사를 남겼다. 끝이다. 정몽규 회장은 이번에도 '혼자' 생존을 택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