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똑같다. 말로는 내 책임이라 하지만 변화가 없다
대한축구협회(KFA) 정몽규 회장이 직접 마이크 앞에 섰다. 자신이 독단적으로 선택했고, 무능으로 일관한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27일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발표한 지 정확히 354일 만이다.
전날(15일)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돌아보며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뜻을 모았다. 장시간의 회의를 진행한 끝에 클린스만 감독으로는 더 이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위원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더는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건의를 접수한 정 회장은 이튿날 곧바로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했고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 단순히 아시안컵 실패를 떠나서 클린스만 체제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기억으로 남게 됐다.
선임 과정부터 어수선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 근무부터 K리그 홀대, 무전술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아시안컵 4강 졸전도 문재였지만 결정적으로 손흥민-이강인의 갈등 기사가 터지면서 경질이 확정하게 됐다.
4강전 이후 잠적했다가 드디어 모습을 보인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협회 집행 위원들에게 내용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대표팀 감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해당 논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정몽규 회장은 "선수 능력을 끌어내는 능력, 선수 관리 능력, 리더십 등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으로서의 역할과 태도가 기대치, 정서에 미치지 못해 사령탑 교체를 택했다.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바로 착수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에 드디어 응한 정몽규 회장이지만 핵심은 본인 사퇴에 대해서는 역시나 응하지 않았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사퇴에 대한 질문을 연임으로 바꿔서 즉각적인 언급을 피하려고 힘썼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은 정식 절차를 뽑아 선임한 감독이다"라면서 "연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전 2018년도 축구협회 총회 때 회장 임기를 3연임으로 제한하도록 바꾸려한 적 있다. 그런데 그 당시 문체부에서 해당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 말로 대답 대신하겠다"라고 주장했다.
사퇴에 대한 질문을 연임으로 해석하면서 답변을 회피한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선임의 종합적인 책임은 KFA, 특히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원인 평가를 해서 대책을 세우겠다"라면서 "위약금도 변호사와 상의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본인 책임론은 지난 승부조작범들의 대거 사면 사퇴 때도 나왔다. 하지만 그때도 마찬가지로 정몽규 회장은 책임 인정 이후 제대로 된 변화가 없었다. 결국 KFA의 표류는 '장'으로 인한 문제가 크다. 과연 그가 어떠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