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결과에 대한 한국 대표팀의 평가와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논하는 자리였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에서 화상으로 참석했고 1시간 정도 후 퇴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귀국 후 "아시안컵 대회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더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단 이틀 만인 지난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위원회를 마친 후 "감독 거취와 관련해 여러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면서 "(감독)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전반적으로 모아졌다. 오늘 위원회 논의 내용과 결론은 협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체제의 1년은 지켜보기 쉽지 않았다. 취임식에서 '국내 상주'를 약속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내 해외 외유가 잦아졌다. 성적 부진에도 "아시안컵 성적으로 평가해달라"는 립서비스와 함께 원격 근무, 외부 활동까지 사실상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다.
K리그를 무시하는 처사는 물론이고 국민 감정에 반하는 언행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클린스만 감독이다. 대표팀 소집 명단에 대한 설명도 생략됐고 사실상 선수 개인 역량에 맡기는 무전술 '해줘 축구'로 매 경기 팬들에게 답답함을 안겼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의 표정은 항상 밝았다. 상대 선수 유니폼 논란, 근무 태만 논란, 선수 혹사 논란 등 다양한 문제점 앞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현란한 말장난을 펼쳐 보였다.
더구나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몸싸움 논란까지 겹쳐지면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조차 허상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오히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실패 원인으로 꼽은 것에 대해 "손흥민과 이강인의 몸싸움으로 경기력이 망가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 아니라 "전술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옹졸함마저 드러냈다.
이런 클린스만 감독도 1년 만에 경질될 위기 앞에서는 미소가 사라질 법하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보여준 행적으로 사실상 지도자 생활은 마감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이름값에 현혹될 협회가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웃음은 끝내 멈추지 않을 것 같다. 1년 동안 실컷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한 클린스만 감독은 위약금으로도 상당한 돈을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은 북중미 월드컵 본선이 끝나는 2026년 7월까지로 돼 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는 한 협회가 남은 계약기간 연봉을 보존해줘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약 220만 달러(약 29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하는 대표팀 외국인 코치들의 연봉까지 합하면 위약금은 1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0억 원은 협회가 잡은 올해 예산(1876억 원)의 5% 이상이 되는 금액이다. 결국 이런 손실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클린스만 감독 체제는 문제투성이였다는 의미이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황보관 기술본부장이 말한 '협회'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다. 정 회장에게 보고 하겠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많은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 클린스만 감독에게 직접 지휘봉을 넘긴 바 있다. 이제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국민 여론 때문에 정 회장도 함부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 의견을 반대하지 못할 분위기다. 만에 하나 클린스만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할 때는 걷잡을 수 없는 역풍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은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과 공동운명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모양이 된다. 과연 1년 만에 100억 원 이상의 협회 재정을 잃게 만든 정 회장이 어떤 책임을 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