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파악 중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했다. 한편 11시에 시작되는 회의는 일부 매체에 공개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확한 회의 내용은 오후 4시 황보관 본부장이 직접 나서 KFA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다.
이날 전력강화위원회에 이어 클린스만 감독 거취에 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알려져서 큰 관심을 모았다. KFA는 지난 13일 "이번 주 내로 전력강화위원회가 있을 것이고 최종적인 결정 사항은 조속히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한 판단을 예고했다.
이번 아시안컵은 '참사'였다.
한국 선수단은 역대 최강이라고 불릴 만큼 강력하다. 공격에는 '토트넘 주장' 손흥민, '파리 생제르맹(PSG) 주전' 이강인이 있고 수비에는 세계 정상급 수비수 김민재가 버티고 있다. 이 선수들 이외에도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이번 시즌 최다 득점자 황희찬, VfB 슈투트가르트의 10번 정우영, FSV 마인츠 05의 이재성 등 유럽 무대 소속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한국 축구 전성기를 맞았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클린스만호'는 대회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 경기서부터 문제를 드러냈다. 이후 치른 요르단과 2차전, 3차전 말레이시아전은 물론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 8강 호주전까지 경기력은 모두 엉망이었다. 4강 요르단전은 아시아 축구 역사에 남을 '졸전'이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15일 '클린스만 감독이 실패 원인으로 손흥민, 이강인 등 내부 불화를 지적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황보 본부장은 "손흥민, 이강인의 몸싸움을 언급하기도 했고 더 자세한 사항은 '선수단 중 불화가 있었다. 그로 인해 경기력이 망가졌다'고 주장했다"라고 답했다.
'선수 탓을 한 것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그는 "핑계보다는 그것 때문에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아시안컵 실패를 선수들간의 불화로 돌렸다는 내용이다.
선수단 불화 문제는 국내 언론사가 아닌 외신에서 처음 보도됐다. 지난 14일 영국 '더 선'은 "손흥민은 아시안컵 탈락 전날 대표팀 동료와 몸싸움을 벌여 손가락이 탈구됐다"라고 단독 보도했다.
손흥민은 지난 6일 한국과 요르단의 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테이핑한 채 경기에 나왔다. 해당 부상은 위 사건으로 인한 부상으로 보인다.
더 선은 "본지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스쿼드 일부 젊은 선수들은 저녁 식사를 빨리 마치고 탁구를 즐기기 위해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팀 결속의 기회로 활용되는 식사 자리를 일찍 떠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했다.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 이강인도 손흥민이 불만을 제기한 '젊은 선수' 중 하나였다"라고 설명했다.
KFA는 "더선이 보도한 내용은 대체로 맞는다"라고 인정하며 "손흥민이 탁구를 치러 자리를 일찍 뜨는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현했고, 젊은 선수들이 이에 반발, 다툼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가 설명은 없었다. 해당 사건에 누가 얽혔고 무슨 상황이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KFA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KFA는 이강인과 손흥민의 불화를 인정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잠적했다. 이에 따라 오현규, 조규성 등 일부 '젊은' 선수들의 소셜 미디어엔 추측성 '악플'이 달리고 있다.
이날 황보 본부장은 '서로 내용이 다른 상황, 추가 진상 조사 계획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사태 파악 중이다.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면 말씀 드리겠다"라며 "사실을 확인했지만 엇갈리는 부분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체크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강인-손흥민의 불화' 관련 외신 보도엔 재빨리 '인정'하면서 이후로는 "사태를 파악 중"이라고 답한 KFA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대표팀 분위기에 대해 인정만 해버리고 뒤로 숨어버린 KFA로 인해 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