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점검처럼 무한 연기되던 전력강화위 브리핑, 단물 빠진 '노맛'이었다… "경질 아닌 보고" [오!쎈 현장]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4.02.15 17: 50

무한 점검에 막상 끝나니 예고된 과금 세트만 업데이트된 패치를 보는 것 같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둘러썬 전력강화위원회에 대한 평가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했다. 한편 11시에 시작되는 회의는 일부 매체에 공개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확한 회의 내용은 오후 4시 황보관 본부장이 직접 나서 KFA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다.
이날 전력강화위원회에 이어 클린스만 감독 거취에 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알려져서 큰 관심을 모았다. KFA는 지난 13일 "이번 주 내로 전력강화위원회가 있을 것이고 최종적인 결정 사항은 조속히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한 판단을 예고했다.

지난 아시안컵은 한국 대표팀이 치른 대회 중 가장 참사에 가까운 대회가 됐다. 4강이라는 결과만 보면 괜찮다 할 수 있으나 경기 내용이너 선수 선발, 운영, 미래 등에서 여러 가지 의구심을 남기면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내용도 내용이지만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KFA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는 상황서 영국 '더 선'에서 한국 대표팀의 내분을 보도해 논란이 됐다.
해당 매체는 "손흥민의 손가락 탈구는 요르단전 전날 팀 동료 이강인과 다툼으로 인해서 부서진 것이다"라고 폭로해서 큰 충격을 줬다. 이 매체에 따르면 "젊은 선수 일부가 식사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탁구를 즐기기 위해 자리를 뜨려고 했다. 손흥민이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선수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베테랑 선수들과 다툼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라고 알려졌다.
괴소문으로 보였던 소문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젊은 선수들의 기강이 무너졌다고 판단한 베테랑 선수들이 이강인을 4강전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아시안컵 도중 대표팀 폭력 사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한국 축구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한편 회의가 진행하면서도 성난 팬들의 시위는 이어졌다. 팬들은 KFA 회의장 앞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당사자이면서 이런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행동이다"라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사기꾼이다. 그를 선임한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은 클린스만 감독 거취에 관한 명분이 나올 확률이 크다고 여겨졌다. KFA는 지난 13일 "이번 주 내로 전력강화위원회가 있을 것이고 최종적인 결정 사항은 조속히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한 판단을 예고했다.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을 필두로 열린 전력강화위원회는 성급하게 열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먼저 뮐러 위원장을 제외하고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8명의 위원이 참가했다.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교수, 김현태 대전하나 전력강화실장, 김영근 경남 FC 스카우터, 송주희 경주한수원 감독이 현장으로 참석했다.  단 클린스만 감독이 화상 참석한데다가 K리그 시즌 준비에 바쁜 현장 감독들이 대거 화상으로 참여하면서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먼저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최윤겸 청주 FC 감독은 화상으로 참가했다. 여기에 이정효 광주 FC 감독과 이창환 위원이 아예 불참한다. 모든 감독들이 리그 개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오히려 일정을 잡은 KFA를 탓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전 일정 조율이 없었기에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화상으로 참석한 회의. 이날 회의는 매우 길어졌다. 당초 오후 2시에 예정됐던 브리핑이 오후 3시, 오후 3시 30분, 오후 4시로 3차례나 연기됐다. KFA 관계자는 "회의가 예상보다 매우 길어졌다"라면서 "회의는 오후 3시 15분 경에 끝났다"고 밝혔다.
오후 4시 7분 황보관 본부장의 브리핑이 시작됐다. 그는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 간단하게 드리겠다"라면서 "전력 강화 위원회는 뮐러 위원장을 포함해서 8명의 위원이 참가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화상으로 참가했다. 아시안컵 결과 보고, 질의 응답,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 본부장은 "대표팀 논위와 감독 거취 여부에 대해서 토론했다. 감독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고 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에 임하는 단계에서 감독 거취에 대해 중립적으로 논의했다"라면서 "아시안컵 경기 경과에 대해서는 4강 요르단전서는 전술 대비가 부족했다. 여기에 새 얼굴 발굴에 실패했다. 선수단 관리는 팀 분위기나 내부 갈등 제어 실패했다. 지도자로 팀에 규율과 기준을 제시하는 점에서 부족한 점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근무가 적은 근무 태도에 대해서 한국 국민을 무시하는 것 같다. 본인이 한 약속을 계속 어기면서 신의 회복이 어렵다는 평가였다. 국민 스포츠인 축구에서 대표팀 감독은 내용과 결과가 이슈가 되어왔는데 근무 태도가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감독 거취에 대해 말도 나왔다. 황 본부장은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다는 판단이 들었다. 교체가 필요하다는 곳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 내용은 그대로 KFA에 보고 드리겠다"라고 결과를 마무리했다.
이날 황보관 기술본부장의 발언과 일문일답의 내용을 보면 전력강화위원회가 길어진 것에 비해 제대로 된 내용이 없는 맹물 행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리핑 시간을 수차례 연기하면서 최종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면서 말한 내용들은 모두 핵심이 빠진 곁가지였다.
모두가 아는 클린스만 감독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면서 경질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한 황 본부장은 '경질이 확정'이냐는 질문에 다소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그는 "전력 강화위에서 나온 결과를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하겠다"라면서 "아직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 사실을 모른다"고 밝혔다.
손흥민-이강인의 탁구 게이트에 대해서는 '감독 거취를 논하는 자리'라고 답변을 회피한 황 본부장은 경질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입장을 묻자 "아직 모른다. 경질이라고 말했지만 이 내용을 협회에 보고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바뀐 정관상 전력강화위 결론이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임원진 특히 정몽규 회장에게 책임을 넘긴 황 본부장은 "사실 모두가 경질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월드컵 예선 때문에 유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라면서 "2차 예선에 대한 대처도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일단 거취라 정해지고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시부터 무려 4시간 가량 진행된 미팅 치고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내용. 클린스만 감독이 1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퇴장한 것을 생각하면 강화위원들끼리 3시간 동안 이야기하면서 이미 모두 예정됐던 의견 권유까지만 이른 것이다. 여러모로 인기 온라인 게임의 무한 점검 패치를 보는듯한 씁쓸한 브리핑이었다.
/mcadoo@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