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멤버 이천수(42)가 최근 불거진 대표팀 내분 사건에 대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부족한 리더십이 원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천수는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리더십 없는 클린스만 감독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고 꼬집었다.
클린스만호 내분 논란은 지난 13일 영국 대중지 ‘더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기대 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을 만났다. 그러나 ‘유효 슈팅 0개’를 기록하는 등 졸전을 펼치며 0-2로 패했다.
‘더선’은 요르단전 바로 전날 저녁 식사시간 선수들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이로 인해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이강인 포함 젊은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뒤 탁구를 치다가 손흥민의 제지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국내 언론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주먹을 휘둘렀단 소문이 있었다.
이강인의 대리인 법률사무소 서온의 김가람 변호사는 15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를 바로 잡고자 한다”면서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강인이 탁구를 칠 당시에는 고참급 선수들도 함께 있었고, 탁구는 그날 이전에도 항상 쳐오던 것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강인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많은 축구 팬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이강인은 자신이 분쟁의 중심에 있었기에 구체적인 경위를 말씀드리기보다는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당시 이강인의 행동을 본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서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선수들의 불화설이 나올 때면 “해프닝”이라고 부인했던 KFA는 이번 사안에 대해선 빠르게 대표팀 내분을 인정했다.
대표팀이 산산조각 나고 있지만 정작 ‘수장’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일 입국했다가 이틀 만인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홀연히 떠났다. 수습은커녕 고집대로 휴가를 떠난 것이다.
과거 대표팀 일원으로 월드컵 4강 기적을 쓴 바 있는 이천수는 현 상황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감독의 리더십’ 부족이 내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은 총사령관이다. 거금을 주고 데리고 온 이유이다. 감독은 성적, 규율, 선수단 응집력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그게 역할이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본인 좋은 것만 하려고 한다. 선수들이 싸우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 감독이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다그칠 줄 알아야 한다. 안되면 히딩크 감독처럼 욕이라도 해야 한다. 나는 클린스만 감독에게서 절대적인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협회에서는 왜 (내분만) 깔끔하게 인정하는 거야? 뭐 하자는 건가. 알면서 왜 일을 이렇게까지 키운 건가.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안에서 더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 자기 역할은 안 하고 선수들에게 다 맡겨 놓으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다)”라고 날을 세웠다.
다시 클린스만 감독 이름을 꺼내면서 이천수는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을 화합시키고, 평화를 만들고, 원팀이 되도록 앞장서는 거다. 그런데 혼자 웃고 있더라. 그러면 선수들이 ‘아 해도 되는구나?’, ‘별거 아닌데?’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총사령관’인 감독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우승한다고 말만 했지, 선수들에게 가르친 것도 없지 않느냐. 전술이 안 보였다. 여러가지 문제점이 보이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무조건 우승하겠다고 믿으라고만 했다. 그런 사람이 이틀 만에 미국으로 갔다. 편한 건 좋을 수 있는데 성적으로 다 드러나게 돼 있다. 감독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재택 근무와 잦은 외유, 여기에 아시안컵 4강 탈락까지 더해져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설로 한국 축구계가 시끌벅적할 때 ‘선수단 내분’까지 터지면 대표팀에 피해가 갈 것임을 모를 리 없는 KFA는 손흥민과 이강인 간 불화가 있었다는 것을 곧바로 시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설과 '정몽규 회장 사퇴'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KFA의 고단수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천수는 “의심이 들게끔 만든 협회의 잘못이다. 협회가 대처를 깔끔하게 했으면 이런 상황까지 안 왔을 것이다. 오해 생기게끔 협회가 움직였다. 그런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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