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대한축구협회(KFA)가 ‘내분’을 방관하고 있다. 일을 키우고 있단 뜻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고 권위자’ 정몽규 KFA 회장은 입과 귀를 닫고 있다.
클린스만호 내분 논란은 지난 13일 영국 대중지 ‘더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기대 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을 만났다. 그러나 ‘유효 슈팅 0개’를 기록하는 등 졸전을 펼치며 0-2로 패했다.
‘더선’은 요르단전 바로 전날 저녁 식사시간 선수들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이로 인해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이강인 포함 젊은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뒤 탁구를 치다가 손흥민의 제지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국내 언론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주먹을 휘둘렀단 소문이 있었다.
이강인의 대리인 법률사무소 서온의 김가람 변호사는 15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를 바로 잡고자 한다”면서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강인이 탁구를 칠 당시에는 고참급 선수들도 함께 있었고, 탁구는 그날 이전에도 항상 쳐오던 것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강인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많은 축구 팬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이강인은 자신이 분쟁의 중심에 있었기에 구체적인 경위를 말씀드리기보다는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당시 이강인의 행동을 본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서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선수들의 불화설이 나올 때면 “해프닝”이라고 부인했던 KFA는 이번 사안에 대해선 빠르게 대표팀 내분을 인정했다.
재택 근무와 잦은 외유, 여기에 아시안컵 4강 탈락까지 더해져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설로 한국 축구계가 시끌벅적할 때 ‘선수단 내분’까지 터지면 대표팀에 피해가 갈 것임을 모를 리 없는 KFA는 손흥민과 이강인 간 불화가 있었다는 것을 곧바로 시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설과 '정몽규 회장 사퇴'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KFA의 고단수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일을 떠나, KFA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선수 보호’다. 있었던 일이기에 내분 사실을 인정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KFA는 이후 후속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두 선수가 화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사실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보단 ‘내분 사실’이 급속도로 퍼지는 것을 그저 지켜만 봤다.
그 사이 사건 중심에 있는 손흥민과 이강인뿐만 아니라 주변 선수들도 수위 높은 비난을 받고 있다.
그 예로 이강인과 함께 ‘2001년생 막내 라인’이란 이유만으로 오현규(셀틱)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현규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한 누리꾼은 “탁구 재밌게 쳤니?”라는 댓글을 달았다. 오현규가 이른바 ‘탁구 사건’ 가담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 누리꾼이 손흥민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단 취지에서 ‘조롱 댓글’을 단 것이다.
이에 오현규는 직접 “잘 알지도 못하고 그냥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욕하는 수준 참 떨어진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억울함을 표출한 것이다.
KFA가 적극 나서 선수들을 보호하지 않고 있는 탓에 피해를 보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KFA의 무능함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