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손흥민(32, 토트넘)이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을까. 이제 이해가 된다.
영국매체 ‘더선’은 14일 "한국이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둔 전날 이강인 등 젊은 선수 일부가 식사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탁구를 즐기기 위해 자리를 뜨려고 했다. 손흥민이 젊은 선수들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선수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베테랑 선수들과 다툼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보도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를 사실로 밝혀졌다. 대한축구협회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강인은 SNS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이강인은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파장은 매우 크다. 누구보다 손흥민을 잘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강인이 팀내 규율을 어겼다. 상대편과 싸워도 모자랄 판에 대표팀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출신 월드클래스이자 토트넘 주장 손흥민조차 대표팀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했다.
4강전 패배 후 손흥민이 했던 발언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손흥민은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며 대표팀 은퇴를 고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손흥민이 4강 탈락의 충격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은 3월 월드컵 예선에서도 계속 주장을 맡을 것”이라며 은퇴설을 일축했다.
이강인과 사건을 고려하면 이제야 이해가 간다. ‘탁구 사건’ 당시 식당에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모든 것을 직접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화해를 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된 듯 보였다.
대표팀내 기강이 무너졌다고 판단한 베테랑 선수들이 4강전 이강인의 제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무시하고 4강전 이강인을 선발로 썼다.
결과적으로 손흥민 입장에서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을 원치 않는다고 여길 수 있다. 주장의 권위가 무너진 상황에서 감독마저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으니 더 이상 대표팀을 이끌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을 지도 모른다. 손흥민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대표팀 은퇴까지 고려하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어떤 팀이든 내부에서 불화와 불만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선수들을 다스리고 원팀으로 만드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마저 방관한 것이다. 클린스만이 선수단 통솔의 모든 책임을 손흥민에게 떠넘긴 셈이다.
클린스만은 귀국 후 하루 만에 미국 자택으로 다시 출국하며 아시안컵 4강 탈락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있다. 내분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선수단의 분위기는 초토화 상태다. 핵심 중의 핵심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했으니 도저히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