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온라인 참여로 인해 전력강화위원회의 가치도 스스로 떨어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3일 “오는 15일 2024년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며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 외 위원 몇 명은 화상으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공식발표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마이클 뮐러 위원장 포함 총 9명이 참석 예정"이라고 알렸다. 정몽규 회장의 참석 여부는 알려주지 않았다.
자신을 둘러싼 경질 분위기가 극에 달하던 지난 10일 홀연히 미국으로 휴가를 떠난 클린스만 감독이 기어코 원격으로 '중대한'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석한다.
본지 단독 보도('아시안컵 검토예정' 클린스만 감독, 일단 미국행... 10일 출국)를 통해 알려진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도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종료 후 국내에 돌아오자마자 미국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한국 축구의 근간이 흔들리는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미국으로 떠났다. 또 KFA도 클린스만 감독이 출국하는 것을 받아 들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원격으로 참가하면서 전력강화위원들도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전력강화위원회의 한 지도자는 지난 13일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회의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정확하게 알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 일정을 빼기 어렵다. 일단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참가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13일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도 안타까운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서 "현재 정확하게 현장 참여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어떠한 방법이든 꼭 참석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KFA의 실책이다. 뼈아픈 아픔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서도 전력강화위원회가 제대로 모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연한 결과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이 현장에서 전력강화위원회와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력강화위원들에게 참석을 강요할 수 없다. 특히 전력강화위원회에 소속된 인물들 중 현장 지도자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K리그 및 대학 지도자들은 팀 사정도 있다.
따라서 현장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봉사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현재 본 업을 버리고 위원회 회의에 무조건 참여하라고 강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한 위원회에 속한 한 지도자에 따르면 "갑작스럽게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고 전해왔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도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위원들에게 현장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A대표팀 감독의 위치가 중요한 것은 알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행위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인물은 클린스만 감독이다. 또 온라인으로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완벽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통해 온라인 회의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기업들도 앞다퉈 현장 회의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력강화위원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하면서 KFA의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 도대체 클린스만 감독에게 이런 상황까지 끌려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KFA 스스로 가치를 깎아 내리고 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