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부터 '해줘 축구' 그리고 '스마일 게이트'까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비판받는 이유는 해외에서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를 모르는 이는 클린스만 감독 딱 한 명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여정을 멈췄다. 우여곡절 끝에 4강까지 오르긴 했지만,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요르단을 상대로 졸전 끝에 0-2로 패하며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클린스만호는 졸전을 거듭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만 6골을 내주며 역대 최다 실점 기록을 경신했고, 제대로 된 필드골도 거의 없었다. 약속된 플레이와 조직적인 호흡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위기 때마다 선수들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살아나며 '좀비 축구'라는 별칭까지 얻었지만, 해피엔딩은 없었다.
결국 한국은 요르단 상대 첫 패배, 준결승전 유효 슈팅 0개, 사상 첫 아시안컵 출전국 중 최다 실점(10실점) 등을 기록하며 굴욕적으로 탈락했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여론이 악화된 이유? 정확히는 모르겠다" 클린스만 감독만 모른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한국의 허망한 탈락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역대급 황금세대를 이끌고 펼친 좀비 축구는 조롱이 됐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도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스타 선수에만 의지하는 축구를 하다가 요르단에 패했다"라며 "클린스만 감독이 2027년 아시안컵에 있을까? 그렇다면 좀비 대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비꼬았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눈치다. 사퇴 압박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준결승 진출을 실패라곤 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다가오는 월드컵 예선을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왜 비판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왜 이렇게 여론이 악화된 것 같느냔 말에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우리의 성장 과정을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또 성장했고, 또 새로 발견한 부분들도 많다"라며 여유롭게 답했다.
하지만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모르는 건 오직 클린스만 감독뿐이다. 해외에서도 그의 화려한 과거 행적과 한국에서도 되풀이된 문제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디 애슬레틱도 "클린스만과 한국의 끔찍한 아시안컵: 전술, 여행 그리고 너무 많은 웃음"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클린스만 감독이 왜 비판받는지 진단했다.
1. 도를 넘는 재택근무와 외유 논란...무엇을 위한 유럽 순방인가?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한 이후로 시도 때도 없이 한국을 떠났다. 그는 자택이 있는 미국과 유럽을 돌며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을 현지에서 관찰했다. 대표팀 핵심 선수들인 이들이 잠시 부진한다고 해서 명단엔서 제외할지는 의문이다. ㅋ르린스만 감독은 비판이 커지자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방송 매체에 패널로 출연해 세계 축구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상 투잡을 뛴 셈. 자국 현장을 떠난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독일 대표팀 시절과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여기에 성적까지 좋은 적이 없으니 여론이 우호적일 리가 없다. 그는 아시안컵 탈락 후 한때 13경기 무패를 달리기도 했다고 항변했지만, 싱가포르와 중국, 베트남, 바레인 등 대부분이 두 수 아래 팀이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혀 좋게 볼 수 없다. 심지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기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도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매체는 "한국 국민들 사이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반 클린스만' 정서가 생겨나고 있었다. 그는 부임 초기 홈에서 페루에 0-1로 패했고, 엘살바도르와 1-1로 비기며 부진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은 일관성이 없고,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과 같은 스타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파울루 벤투 등 이전 감독들과 달리 한국에 상주하지 않고 미국에 머무르기로 했다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라며 "클린스만의 근무 방식은 100%의 헌신을 기대하고 자부심이 강한 한국에 잘 먹히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서 지낸 날보다 외국에서 지낸 날이 더 많을 정도였다. K리그 선수들을 잘 활용했다면 할 말이라도 있었겠지만, 이기제와 안현범, 이순민 등의 사례를 보면 그가 국내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말할 수 없다.
2. 무능력한 '해줘 축구(Do-this-for-me-football)'
클린스만 감독은 그 어떤 팀을 만나도 전술적으로 압도하지 못했다. 전술 대응은 물론이고 기초적인 선수들 간격 설정과 위치 설정조차 없었다. 약속된 플레이가 없는 팀이 내려앉은 수비를 만나자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휘청였다. 4강까지 올라간 게 기적이었다.
디 애슬레틱도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졸전을 펼치며 부정적 여론에 불을 붙였다. 토너먼트 경기에서도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오랜 기다림을 끝낼 수 있단 기대를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좀비 축구라고 불릴 만큼 죽다 살아났지만, 요르단을 만나 끔찍한 패배를 맛봤다. 90분 동안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0-2로 무릎 꿇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요르단전은 무능의 극치였다. 매체는 "요르단은 강한 압박과 높은 위치에서 공격이라는 확실한 전술 계획을 바탕으로 끈질기고 열정적으로 싸웠다. 반대로 한국은 허약했고, 생기가 없었다. 손흥민의 머리를 향해 길게 패스하고, 끔찍한 수비 실수를 범했다"라고 지적했다.
'해줘 축구'라는 말까지 해외로 수출됐다. 디 애슬레틱은 이를 'Do-this-for-me-football(날 위해 해줘 축구)'라고 번역하면서 클린스만호는 손흥민, 황희찬 등 선수 개인에 의존하는 무대책 축구임을 정확히 파악했다.
매체는 "한국은 경기에서 전술적으로 유럽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에 기댄 'Do-This-For-Me Football'을 구사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흥민아 이것 좀 해줘, 희찬아 이것 좀 해줘(Son, do this for me, Hwang, do this for me)' 등 클린스만은 거물급 선수들에게 의존한다는 비판이다"라고 예시까지 들어가며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PSG,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 울버햄튼 등의 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한국은 황금세대'를 향한 기대가 컸지만, 이제 축구협회와 클린스만을 향한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3. 한국이 탈락해도 비난이 쏟아져도 그저 미소만...클린스만표 '스마일 게이트'
클린스만 감독은 언제나 홀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탈락이 확정됐을 때도 웃으며 요르단 관계자와 인사를 나눴다. 그대로 얼어붙어 발걸음을 떼지 못하던 손흥민과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도 전혀 아쉬운 얼굴이 아니었다.
정말 대회 내내 웃다가 끝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졸전을 펼치고도,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주고도 웃기만 할 뿐이었다. 경기 내용이나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언제나 해맑게 미소를 지어 취재진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대회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 의사를 묻는 말엔 단호하게 선을 그었고, 날아드는 엿 세례와 비난에도 밝게 웃었다.
이를 본 디 애슬레틱은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패배 후에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미 말레이시아전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허용한 뒤 웃으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는 왜 웃었냐는 질문에 '칭찬을 건네는 순간 미소를 짓지 말라고 한다면 나와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라고 답했다. 스마일 게이트였다"라고 문제를 짚었다.
따끔한 일침도 날렸다. 매체는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긍정적인 점이 많다'라고 강조하며 '월드컵 예선을 치르기 위해 다시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그가 거의 유일하다"라고 정곡을 찔렀다.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는 이르면 오는 15일 열리는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가닥이 잡힐 수도 있다. 이미 대한축구협회(KFA) 내에서도 경질 목소리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서 아시안컵을 분석하겠다는 당연한 약속도 어겼다. 그는 다음 주쯤 출국하겠다는 말과 달리 지난 10일 홀연히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는 전력강화위원회에도 온라인으로 참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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