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시절 럼블 장인으로 프로에 입문했지만, 정작 빛을 본 건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자리를 잡았다. 웨이보의 전신인 쑤닝 게이밍을 2020 롤드컵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2021년에는 PSG 탈론의 MSI 무대 돌풍을 견인했다.
감독 대행이나 감독이 아닌 다시 코치의 자리로 돌아왔다. 복귀로 선택한 행선지는 주저없이 젠지였다. 지도자로 2막을 연 직후 사실상 첫 시작이었던 젠지와 다시 연을 맺은 것은 그에게는 선택이 아닌 운명이었다. 롤드컵 청부사로 불리는 김정수 감독이나, 탈수기 운영으로 선수시절부터 명성이 높았던 ‘마타’ 조세형 코치, 해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아 상체를 책임지는 ‘헬퍼’ 권영재 코치까지 젠지는 소위 감독급 지도자 3인이 모인 코칭스태프 드림팀이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이번 시즌 젠지는 첫 경기에서 T1을 2-1로 제압하면서 기세를 올린 이후 벌어진 다섯 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6전 전승을 이어가며 단독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설 연휴 직전 OSEN을 만난 권영재 코치는 지난 3주를 포함해 스토브가 끝난 직후부터 두 달 넘게 정신없이 달려온 소회와 시즌에 임하는 마음 가짐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전했다.
“먼저 현장에 다시 돌아오니 좋다. 군 복무 중에는 정말 자신 만만했다. 딱 돌아와서 시작을 하니까 정신 없었다. 민간인의 입장에 있다가 다시 프로 세계로 들어오는 감회를 느낄 새도 없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더 새로운 요소가 많이 생겼고, 더 빨라지고, 더 영리해졌다. 만만치 않다(웃음).”
젠지에 합류한 계기를 묻자 “방금 이야기한 것 처럼 군 복무 중에는 자신있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생각에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몇 곳에서 연락이 왔지만, 젠지의 제안을 듣고서는 큰 고민없이 바로 ‘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하고 합류하게 됐다”며 설명했다.
김정수 감독과 조세형 코치와 합을 맞춰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 동료들과 호흡을 묻자 “모두 능력있는 분들이다.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웃음). 능력 있는 사람들의 정보가 넘쳐나서 그걸 잘 취합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숙제가 됐다. 다행스럽게 아직까지는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숙제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면서 “시즌 초 같은 경우 챔피언 풀에 치중하기 보다는 조합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고, 최근 들어서는 풀을 넓혀서 깊이를 심도있게 다가서려 하고 있다. 아직 팀 전력은 60%? 아니 50% 정도 완성됐다고 보고 있다. 다른 팀들도 완성도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 그 페이스에 맞춰 우리 역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덧붙여 권영재 코치는 “우리 팀은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엄청난 사람들이다. 모두 한 가닥 하는 이들인 만큼 배우는 점이 많다. 내 스스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같이 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로 인해 팀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이번 시즌 개인적인 목표”라고 환하게 웃었다.
권 코치는 “우리의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다. 젠지의 로스터가 강해도 내가 역할을 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내 일을 잘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책임감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 앞에 잠깐 이야기 했던 것처럼 조합의 최적화도 중요하다. 그냥 뽑는 느낌으로 상대를 카운터 칠수 도 있지만, 최적화를 통해 보다 더 효과적으로, 더 날카롭게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다. 우리 팀은 아직 더 강해질 여지가 많은 팀’이라고 젠지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예상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