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도 미국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을 모르는 건 오직 대한축구협회(KFA)뿐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여정을 멈췄다. 우여곡절 끝에 4강까지 오르긴 했지만,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요르단을 상대로 졸전 끝에 0-2로 패하며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자신만만했던 클린스만호는 결승 문턱을 밟지 못하고 무너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 직후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고, 대회 중에도 자신만만하게 숙소를 결승까지 예약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모두 자신감이 아닌 자만감일 뿐이었다.
4강까지 진출한 게 기적이라면 기적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만 6골을 내주며 역대 최다 실점 기록을 경신했고, 제대로 된 필드골을 만들어 내는 데도 애를 먹었다. 약속된 플레이와 조직적인 호흡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위기 때마다 선수들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살아나며 '좀비 축구'라는 별칭까지 얻었지만, 해피엔딩은 없었다.
결국 한국은 요르단 상대 첫 패배, 준결승전 유효 슈팅 0개, 사상 첫 아시안컵 출전국 중 최다 실점(10실점) 등을 기록하며 굴욕적으로 탈락했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졸전 끝 탈락은 큰 화제다. 이미 클린스만 감독을 경험했던 독일과 미국 매체에서는 그의 실패를 조명 중이다.
요르단전이 끝난 직후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스타 선수에만 의지하는 축구를 하다가 요르단에 패했다"라며 전술 능력 부족을 지적했다.
또한 매체는 "한국인들에겐 지난 몇십 년을 통틀어 최악의 순간일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도 2027년 아시안컵에 있을까? 그렇다면 좀비 대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한 면은 전 세계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지난해 3월 온갖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그를 선임한 KFA를 제외하면 말이다.
약 1년 전 클린스만 감독 부임설이 나올 때부터 여론은 싸늘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 커리어 내내 트러블 메이커였고, 재택근무로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K리그 관찰을 등한시하고 유럽파 점검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도 미국 대표팀 시절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선수들과 큰 갈등을 빚었던 모습과 판박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5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자 '스포르트1'은 "이상한 클린스만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그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재택근무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이는 많은 독일 팬들에게 친숙하게 들릴 것"이라며 그의 재택근무 논란을 꼬집었다.
디 애슬레틱도 다시 한번 클린스만 감독의 화려한 전적을 읊었다. 매체는 11일 "클린스만과 한국의 끔찍한 아시안컵: 전술, 여행 그리고 너무 많은 웃음"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의 이번 아시안컵을 평가하며 클린스만 감독의 과거 행적을 나열했다.
디 애슬레틱은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졸전을 펼치며 부정적 여론에 불을 붙였다. 토너먼트 경기에서도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오랜 기다림을 끝낼 수 있단 기대를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좀비 축구라고 불릴 만큼 죽다 살아났지만, 요르단을 만나 끔찍한 패배를 맛봤다. 90분 동안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0-2로 무릎 꿇었다"라고 비판했다.
요르단과 한국의 전술적 역량 차이도 언급했다. 매체는 "요르단은 강한 압박과 높은 위치에서 공격이라는 확실한 전술 계획을 바탕으로 끈질기고 열정적으로 싸웠다. 반대로 한국은 허약했고, 생기가 없었다. 손흥민의 머리를 향해 길게 패스하고, 끔찍한 수비 실수를 범했다"라고 지적했다.
디 애슬레틱은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대표팀과 미국 대표팀에서도 같은 문제를 노출했다고 꼬집었다. 매체는 "클린스만 감독은 2016년 이기주의적인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경질됐다. 당시 'NBC 스포츠' 소속이었던 카일 마르티노는 '내가 직접 본 훈련 세션은 뒤죽박죽이었고, 이치에 맞지 않았다. 주말에 뛸 팀도 준비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경기 당일까지 어떤 포지션에서 뛸지 몰랐다. 엉망진창이었다'라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라고 전했다.
독일 대표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핵심 선수였던 필립 람은 추후 자서전에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우리는 체력 훈련만 했다. 전술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경기 전에 모여서 어떻게 경기할지 논의하는 건 선수들의 몫이었다"라고 폭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후로도 바뀌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감독 생활을 했던 헤르타 베를린에선 부임 2달 만에 페이스북 생방송으로 갑작스레 사임을 발표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베를린은 여전히 클린스만 감독의 추태를 잊지 않고 있다. 그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실수였다고 일축하고 넘어갔지만, 베를린 지역지 '베를리너 쿠리어'는 지난 9월 "클린스만 감독이 역시나 한국에서 실패했다"라며 "한국은 2020년 2월 비겁하게 사임했던 그를 겁도 없이 데려갔다. 그가 5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충격적"이라고 비웃었다.
그럼에도 KFA는 꿋꿋이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고, 정몽규 회장은 그에게 믿음을 보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비판 여론이 거세질 때도 아시안컵 결과가 나온 뒤 평가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과는 졸전 끝 준결승 탈락이었다. 한국 축구는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이 정도면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사실 오래전부터 누구나 알고 있었으나 그를 선임한 KFA만 제대로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클린스만 선임을 강행한 당사자 역시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단 KFA는 "이번 주 내로 전력강화위원회 소속위원들 일정을 조정해 아시안컵 평가에 대한 리뷰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미국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가장 큰 책임자가 없는 자리에서 얼마나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디 애슬레틱은 홀로 웃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을 보며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매체는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긍정적인 점이 많다'라고 강조하며 '월드컵 예선을 치르기 위해 다시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그가 거의 유일하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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