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해 보이지만 손흥민이 보여준 그 공은 월드클래스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월드클래스' 손흥민(32, 토트넘)에 대한 변방 감독 앤지 포스테코글루(59) 감독의 평가다.
손흥민은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이튼과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홈경기에 1-1로 맞선 후반 17분 투입돼 후반 추가시간 결정적인 도움을 올렸다.
6분이 주어진 추가시간. 5분이 넘어설 때 손흥민은 히샬리송의 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을 돌파해 들어갔다. 그리고 균형을 잃었지만 왼발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오른쪽에서 달려들던 브레넌 존슨의 발끝에 정확하게 닿았다. 존슨의 극장골로 토트넘은 웃을 수 있었다.
이로써 지난 19라운드서 브라이튼에 당한 2-4 패배를 되갚은 토트넘은 5경기 무패(3승 2무)로 4위(승점 47)로 올라섰다. 한 경기 덜 치른 4위 아스날(승점 49)과는 2점 차.
손흥민은 아시안컵을 치르고 복귀한 뒤 가진 첫 경기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배려 속에 선발 대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승리가 필요할 때 투입돼 다시 한번 토트넘 최고 선수임을 입증했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손흥민에 대해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해 피곤하고 좌절감을 준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이제 막 돌아온 선수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마지막에 올린 공은 클러치 상황에서 나온 월드클래스 선수의 월드클래스 크로스였다"면서 "그를 데려올 수 없거나 다른 사람이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칭찬했다.
이어 "아마 손흥민이 뛰는 국가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힘든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의 기록을 보면, 그의 골 기여는 항상 위에 있었다"면서 "이번 시즌에도 그가 떠나기 전 아마 그는 최고 공격수였다고 본다. 내 생각에 분명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꾸준하게 제 몫을 해내는 공격수였다. 하지만 토트넘에서는 해리 케인(31,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잉글랜드 최고 스트라이커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더구나 축구 변방인 아시아, 그 중 한국 출신이란 점에서 손흥민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지 언론의 주목도가 다른 선수에 비해 높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많은 전문가와 감독들이 언급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 누구보다 손흥민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신 역시 변방인 호주 출신이란 점에서 비판 속에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기 때문이다. 축구 변방 출신 감독이 세계 최고 무대에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성적으로 보여줬다. 케인이 떠나 구멍이 뚫린 최전방을 손흥민으로 훌륭하게 메웠다. 동시에 제임스 매디슨, 미키 반 더 벤을 기용, 팀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시즌 초반 토트넘을 선두로 이끌며 이번 시즌 8~10월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 최초로 부임 이후 석달 연속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주변의 저평가에도 말이 아닌 기량과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손흥민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같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속한 호주 출신이란 점에서 손흥민에 대한 동병상련의 애정을 보이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앞서 "손흥민이 한국의 탈락에 정말 실망했다. 한국이 호주를 이기고 준결승에 진출했을 때 우승을 확신했기 때문"이라면서 "대회를 본 사람은 누구나 알듯이 손흥민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