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대한 꿈은 항상 갖고 있었다. 일단 많이 아쉽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부터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라고 공언했으나 꿈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최악의 졸전이었다. 아무리 김민재가 빠졌다지만, 한국은 황당한 실수로 위기를 자초하며 무너졌다. 후반 8분 박용우의 패스 실수로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21분 무사 알타마리에게 추가골까지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황금 세대'로 아시아 정상에 도전했던 클린스만호는 유효 슈팅 0개에 그치며 무기력하게 무릎 꿇었다. 한국이 요르단에 패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패배 전까지 요르단전 역대 전적은 3승 3무였다.
설영우는 이날도 선발로 나서서 왼쪽 수비를 책임졌다. 그는 대회 초반엔 우측 풀백을 맡았지만, 김진수에 이어 이기제까지 다치면서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런 자리 이동에도 설영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이 치른 6경기 모두 선발 출격했고, 후반 30분 교체된 말레이시아전을 제외하면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특히 호주전에서는 무려 15.4km를 뛰는 압도적인 활동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설영우야말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A대표팀 첫 메이저 대회에서부터 멀티 능력과 적극적인 공격 가담,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박수받아 마땅한 설영우의 생애 첫 아시안컵이었다.
경기 후 설영우는 "체력적으로 힘든 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였다. 계속 경기가 있었다. 우리가 16강부터 8강까지 힘든 고비를 넘기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오늘 고비는 우리가 넘기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한국은 요르단과 2-2로 비겼던 조별리그 2차전보다 이날 더 고전했다. 설영우는 "조별리그에서도 충분히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도 우리를 잘 알듯이 우리도 잘 알고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전반전에 우리가 찬스도 많았고, 공격적으로 좋은 모습들이 많았다. 그러나 상대가 역습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공격을 하다 보니 수비에 비중을 많이 두지 못했다. 많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기 설영우는 울산에서 오래 호흡을 맞춘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과 수비 라인을 꾸렸다. 그는 "개인적으로 민재 형이 빠진 건 많이 아쉬웠다. 승현이 형이나 영권이 형 두 분 다 나와 함께 오래 해왔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고 좋은 선수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경기 전에 걱정은 없었다. 다 잘해줬는데 상대가 잘해서 골을 내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설영우는 이번 대회 클린스만호의 최고 수확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건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대표팀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에 나오면서 한참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있다는 걸 또 느꼈다. 해야 할 게 더 많다. 팀에 가서도 절대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 다음 아시안컵에 또 출전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웃으면서 이 대회를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유럽 클럽들도 설영우를 원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황인범이 뛰고 있는 츠르베나 즈베즈다 등이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명보 감독과 울산 구단 측은 대체자가 없는 만큼 지금 당장 그를 보내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영우는 "유럽에 대한 꿈은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 이번에 군대 문제가 해결되면서 내게 적극적으로 콜을 보낸 팀이 좀 있었다. 이전에 말했듯이 가고 싶다는 의사 표현도 확실하게 했다. 그런데 울산 측에서는 보내기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일단 많이 아쉽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르면 지금 이런 상황들이 후회로 남을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K리그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아시안컵까지. 정말 1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설영우다. 그는 "경기를 많이 치르면서 내 스스로 많이 지쳐 있다는 것도 느꼈다. 반면에 많은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선수로서 너무 감사드린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도 많이 알았다. 이제 해가 거듭될수록 많은 팬분들이 나를 더 좋아해 주시고,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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