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파울루 벤투를 물리치고 데려온 사람이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축구협회의 능력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한국의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됐다.
예견된 결과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전부터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독일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 시절에도 ‘전술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다. 미국대표팀 시절에도 그는 잦은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다. 모든 위험성을 알고도 대한축구협회가 그를 데려왔고, 예상했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복됐다.
한국대표팀 최장수 감독이었던 전임자 벤투는 한국에 시스템을 심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있는 우루과이 중원과 미드필드에서 정면대결을 펼쳐 밀리지 않았다. “빌드업축구는 아시아권 밖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여론이 거셌지만, 벤투는 뚝심 있게 실험하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최고무대 월드컵에서 증명했다.
김민재 한 명이 없다고 수비가 와르르 무너지지도 않았다.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은 김민재가 부상으로 뛰지 못했지만 2-1 대역전승을 거둬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여전히 김민재가 수비의 핵이었지만 그에게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벤투는 K리그에서 폼이 좋은 선수들을 꾸준히 실험하고 선발했다.
벤투는 한국을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음에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4년 뒤 북중미 월드컵까지 전권을 원한 벤투와 ‘아시안컵 성적을 보고 계약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축구협회의 2+2가 이견을 보였다.
일본을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2026년까지 지휘봉을 넘긴 일본축구협회와는 대조적 행보다.
결국 축구협회가 벤투를 믿지 못했다. 대안으로 데려온 감독이 숱한 실패를 반복한 클린스만이었다. 협회 내부에서도 클린스만 선임에 대해 이견이 엇갈렸지만 결정은 번복하지 않았다.
벤투가 수년간에 걸쳐서 구축한 시스템은 불과 1년 만에 무너졌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말레이시아, 요르단도 압도하지 못하는 중원을 가졌다. 아무런 전술 없이 스타선수 개인기에게만 의존하는 팀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축구를 추구하는지 철학조차 파악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예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클린스만은 연봉 220만 달러(약 29억 원)을 받아 아시안컵 참가국 중 2위로 비싼 몸이다. 공교롭게 벤투 UAE 감독이 190만 달러(약 25억원)를 받아 3위다.
결과적으로 대한축구협회가 검증된 벤투를 뒤로 하고 더 무능하고 비싼 클린스만을 데려온 셈이다. 그 결과는 아시안컵 졸전으로 명백하게 드러났다. 클린스만은 원래 한결같이 무능했다. 그를 데려온 축구협회의 책임이 더 크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