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노쇼’ 사태로 곤욕을 치른 리오넬 메시(37, 인터 마이애미)가 일본에서는 뛰었다.
인터 마이애미는 7일 오후 7시(한국시간)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개최된 J리그 비셀 고베와 친선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경기의 승패보다 메시의 출전여부에 더 관심이 집중됐다. 메시는 지난 4일 홍콩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홍콩 올스타팀과 친선전에서 루이스 수아레스와 나란히 결장했다. 인터 마이애미가 4-1로 승리했다.
이날 가장 싼 경기장 입장권은 1천 홍콩달러(약 17만 원)에 달했다. 메시를 보기 위해 경기장의 4만석이 조기에 매진됐다. 주최측은 메시를 초청하기 위해 1500만 홍콩달러(약 25억 5천만 원)를 지불했다.
하지만 메시는 끝내 결장했다. 홍콩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이들은 메시가 끝내 출전하지 않자 사과와 환불을 요구했다. 계약서에 메시가 45분 이상 출전한다는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정부까지 나서 거액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기세다. 한국에서 발생했던 호날두의 날강두 사건이 홍콩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사건이 커지자 메시는 6일 일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말 운이 나빴다. 사우디 첫 경기에서 내전근에 불편함을 느꼈다. MRI 결과 부상이 아니었지만 불편함을 느꼈다. 홍콩에서 뛰고 싶었지만 (부상으로)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기회를 마련해서 뛰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홍콩에서의 싸늘한 민심은 바뀌지 않았다. 메시가 설령 일본에서 뛴다고 해도 홍콩팬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낄 분위기였다.
고베전 메시는 선발명단에서 제외됐다. 검은색 점퍼차림의 메시는 전반전 내내 벤치에 앉아있었다. 수만명의 팬들이 오직 메시를 보기 위해 왔다. 메시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많았다. 일본 팬들뿐만 아니라 일본에 거주하는 아르헨티나 팬들까지 대거 경기장에 왔다.
전반 20분 부스케츠가 왼쪽 발목을 밟혀서 교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절친 루이스 수아레스는 계속 뛰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메시가 벤치에만 있자 “메시”를 연호하며 그의 출전을 독려하는 함성이 컸다. 메시는 결국 전반전 뛰지 않았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메시가 점퍼를 벗고 일어나 교체선수들 사이에서 러닝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관중들 사이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졌다. 다시 한 번 “메시”를 연호했다.
드디어 후반 14분 메시가 훈련복을 벗고 본격적으로 출전을 준비했다. 관중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일본 홈경기지만 메시를 응원하는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후반 15분 메시는 데이빗 루이스와 교체하며 경기장에 투입됐다. 마치 메시의 콘서트를 보는 분위기였다. 수만명의 관중들이 사진찍기에 바빴다.
메시가 공을 잡자마자 패스를 하는 것만으로 마치 골이 터진 분위기였다.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메시는 전력질주는 최대한 자제했다. 중계카메라 역시 메시의 일거수일투족만 화면에 담았다. 이미 경기 승패는 안중에 없었다.
경기력 자체는 고베가 더 좋았다. 전반전 결정적 선취골 기회를 날린 고베는 후반전 노마크 기회서도 득점에 실패했다. 고베의 골 결정력 부족으로 0-0 상황이 이어졌다. 일본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메시”만 외쳤다.
메시는 중원에서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공을 뿌려주는 역할에 머물렀다.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패스와 발재간은 일본팬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후반 20분 메시가 수비수 넷 사이에서 화려한 드리블 후 패스를 뿌리자 탄성이 터졌다. 메시의 존재만으로 팬들은 즐거워했다. 축구경기가 아닌 콘서트장 분위기였다.
메시의 절친 루이스 수아레스는 후반 27분 시저스 킥까지 선보였다. 골이 되지 않았지만 수준 높은 축구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일본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한 고베 선수들 역시 메시와 같은 경기장에 서 보는 것만 해도 영광이었다.
후반 34분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메시가 강력한 왼발슈팅을 날렸다. 골키퍼가 몸으로 막았다. 골이 터지지 않았지만 모든 관중들이 열광했다. 도쿄에서 열린 경기서 고베를 응원하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고베전 출전으로 메시는 일본팬들의 소원을 풀어줬다. 짧은 시간을 뛰었음에도 ‘역시 메시!’라는 찬사가 나왔다. 하지만 홍콩팬들은 여전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메시가 홍콩을 거르고 일본에서 출전하면서 홍콩팬들의 한숨소리는 더 커졌다. 입장권 환불을 둘러싼 법적 문제로 현재진행형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