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졸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실상 '사임'을 거부한 가운데, 이제 시선은 대한축구협회(KFA)가 '경질' 냉철한 결단을 낼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을 치러 0-2로 졌다.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한국의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줄곧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처참하게 무너지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요르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7위인 반면 한국은 23위다. 무려 60계단 이상 차이가 난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파리 생제리맹)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있지만 클린스만호는 돌풍의 기세로 똘똘 뭉친 요르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90분 통틀어 요르단이 유효슈팅 7개를 기록하는 동안 한국은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무기력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무대임에도 한국은 실수를 연발했다. 중원의 잦은 패스미스가 이날 패배 가장 큰 원인이다.
전반 16분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는 자신의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중원에서 드리블을 하던 중 뒤에서 달려드는 요르단 선수에게 너무 쉽게 공을 빼앗겼다.
이를 놓치지 않고 요르단은 역습을 전개, 누르 알라와브데가 왼쪽 박스 모서리 바로 밖에서 오른쪽 골대를 보고 기습 슈팅을 시도했다. 다행히 조현우가 좋은 반사신경으로 '슈퍼세이브'했다. 조현우가 아니었다면 한국은 이른 시간에 선제 실점을 내줄뻔했다.
박용우는 이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더욱 허둥지둥 거리는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박용우의 전반전 경기력을 눈앞에서 보고도 그를 하프타임 때 빼지 않았다. 결국 이는 패배의 발단이 됐다.
한국은 후반 8분 중원에서 박용우의 백패스가 상대에게 저지당한 것이 빌미가 돼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선제실점했다.
그제야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11분 박용우를 빼고 조규성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미 물이 엎질러진 뒤에 나온 교체였다.
실점으로 한국은 완전히 요르단에 끌려갔고, 후반 21분 또 다른 중원 자원 황인범의 실수로 한 골 더 내주며 결국 요르단에 무득점 2골 차 패배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박용우를 왜 빼지 않았느냐'라는 쏟아지는 질타를 받고 있다. 감독의 임무엔 '교체카드'를 잘 쓰는 것도 포함 돼 있다. 그러나 이날 클린스만 감독에게서 이 능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객관적 전력에서 한참 아래인 요르단에 질질 끌려갔다. ‘무취무색’ 전술은 대회 전이나 후나 여전히 클린스만 감독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한준희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은 7일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KFA 내부 분위기를 들려줬다.
먼저 그는 “제가 KFA 부회장이다 보니, 자의적으로 또 독단적으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할 수 없단 것을 양해 바란다”면서도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들어가서 분석하겠다’고 했는데, 분석의 최우선 대상은 클린스만 감독 자신”이라고 쓴소리를 참지 않았다.
그러면서 “새벽에 (4강) 경기가 끝난 직후 몇 분과 이야기를 했다. 절차에 따라 클린스만 감독 이하 모든 선수단의 운영 체계, 전술, 전략 등에 대해 엄정하고 냉정한 분석과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냉정히 선수단의 운영 체계, 전술, 전략 등 전반적인 부분은 이미 대회 전 최상의 단계까지 한국이 도달했어야 했다. 대회 탈락 후 이를 손본다는 것은 한참 늦은 처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움직임을 또 보이고 있는 KFA지만, 그래도 경기 후 바로 KFA 내부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쓴소리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2022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쾌거 이후 한국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들을 한 데 모아 꾸려진 대표팀은 지난해 3월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부터 점점 작아지고 있다.
요르단전 ‘충격패’가 '경질'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이 분위기를 KFA가 모를 리 없다.
일단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한국으로 돌아가 세밀하게 분석하고 더 보완하는 것”이라며 사임 거부를 시사했다.
결국 KFA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은 KFA 최고 권위자 정몽규 회장이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