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말도 안 지킨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부터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라고 공언했으나 꿈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최악의 졸전이었다. 아무리 김민재가 빠졌다지만, 한국 수비는 오합지졸이었다. 특히 황당한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한국은 후반 8분 박용우의 패스 실수로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11분 급하게 박용우를 조규성과 교체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한국은 오히려 후반 21분 무사 알타마리에게 추가골까지 얻어맞으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번에도 실책이 문제였다. 이강인이 지나치게 긴 드리블 이후 황인범에게 공을 넘긴 상황. 황인범이 무리한 백패스를 시도한 것이 잘리면서 추가골로 이어졌다.
이 두 실점 장면을 제외하고도 한국은 수없이 무너질 뻔 했다. 그나마 순간순간마다 나온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이 아니였으면 대패도 가능했던 경기였다.
공격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손흥민(토트넘)-황희찬(울버햄튼)-이강인(PSG)을 앞세운 초호화 공격진은 단 하나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말 그대로 한국 대표팀이 21세기 들어서 펼친 최악의 경기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월드컵도 아닌 아시안컵에서 독일이나 브라질 같은 전통의 강호 상대보다 요르단 상대로 더 고전하고 심하게 무너졌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가장 고르고 스타의 네임벨류만 따지면 단연 최고의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펼쳐진 경기 중 최악의 경기력으로 탈락한 팀이 됐다.
선수 개개인의 실책을 거론할 수도 있으나 단순히 감독의 문제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실제로 클린스만호는 이번 아시안컵 내내 극적인 승부를 펼쳤으나 매번 빌드업이나 중원 조직력, 2선과 3선의 간격 등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내내 부진하면 결과가 나오면 자신을 비판하라고 했다. 실제로 조별리그 이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우승으로 증명하겠다고 했다. 16강 사우디 아라비아전과 8강 호주전 모두 빈말라도 경기력을 칭찬할 수 없는 경기였다.
이번 대회 6경기 중에서 한국이 정규 시간 90분 내에 이긴 경기는 오직 바레인전(3-1 승)에 불과했다. 승부차기도 기록으로는 무승부이기에 1승 4무 1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올라온 것이다. 말 그대로 역대 최악의 아시안컵 결과에 클린스만 감독은 모르쇠 전략을 택했다.
책임을 외치던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 직후 인터뷰서 사퇴 의사를 묻자 "지도자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되고 원했던 목표 못 하면 분석하고 책임져야 한다. 더 많은 분석을 하고 더 많은 경기들을 되돌아봐야 한다. "고 부인했다.
이어 "많은 드라마도 썼다고 생각한다. 사우디전도 호주전도 피말리는 경기하고 그 경기들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오늘 경기는 이런 패배,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목표 못 이뤘기에 대회를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라면서 사퇴 대신 분석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사퇴 의사를 재차 묻는 질문에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 당장 해야할 건 한국으로 돌아가서 대회를 세밀하고 분석하고 더 보완해야 하는 논의할 점이 필요하다. 어쨌건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북중미 월드컵 예선 치러야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번 대회를 잘 분석해서 앞으로 더 잘 준비하는 게 현재로선 시급하다"라고 일축했다.
끝까지 본인의 말도 지키지 않은 것. 무전술 무책임 무신뢰를 이어간 클린스만 감독과 그를 기용한 대한축구협회(KFA)의 방종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