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레이시아전부터 단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출전 시간 단 15분. 김진수(32, 전북 현대)가 뛰지 못한 이유는 부상 여파가 아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부터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라고 공언했으나 꿈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최악의 졸전이었다. 아무리 김민재가 빠졌다지만, 한국 수비는 오합지졸이었다. 특히 황당한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한국은 후반 8분 박용우의 패스 실수로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21분 무사 알타마리에게 추가골까지 얻어맞았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마라톤을 1위로 통과하고 싶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피니시 라인까지 가지도 못했다. 마지막 아시안컵일 수도 있는 대회를 허무하게 마친 주장 손흥민은 한참 동안이나 얼어붙은 채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베테랑 수비수 김진수 역시 이번 대회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 1992년생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4년 후를 기약하긴 쉽지 않다. 만약 함께하더라도 주전급으로 활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크다. 김진수는 지난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전지 훈련에서 왼쪽 종아리를 다쳤고, 열심히 재활한 끝에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3차전에 교체 출전하며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그는 후반 30분 투입돼 약 15분간 경기장을 누볐다.
하지만 이게 끝이었다. 김진수는 이후 경기장에서 사라졌다. 토너먼트 내내 벤치만 지켰다. 그리고 잔디 밖에서 동료들의 패배를 지켜만 보면서 이번 대회를 단 15분 출전으로 마무리했다.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 김진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진수의 눈가는 살짝 부어있었다. 그는 침울한 목소리로 "다들 우승하려고 준비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됐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진수는 눈물에 관해 묻자 "이유가 뭐든 간에 내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고참으로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했는데...그냥 여러 가지 감정이 많이 들었다"라며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그간 뛰지 못한 건 부상 여파 때문이었을까. 김진수는 이를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는 "난 말레이시아전 이후로 단 한 번도 아팠던 적 없다. 많은 분들께서 오해를 하시더라. 아프냐, 왜그러냐고 연락이 많이 왔다. 난 말레이시아전부터 아프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몸 상태가 나쁘고 그랬던 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김진수는 "경기를 뛰고 못 뛰고를 떠나서 어떤 선수들, 또 개인에게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대회에 와서는 내 나이가 고참이다. 뛰었으면 좋았겠지만, 뛰지 못했다고 해서...내가 뛰었어도 경기가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패배 후 클린스만 감독이 해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김진수는 "감독님께서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아니고 또 다음 경기가 또 돌아올 거고 다시 잘 준비를 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셨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김진수는 "지금 선수들은 열심히 한다고 다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다고 다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고생해서 여기까지 온 거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많은 분들께서 생각하셨던 것처럼, 보셨던 것처럼 요르단이 우리보다 잘했다"라며 씁쓸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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