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28, 츠르베나 즈베즈다)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번엔 그를 구해줄 동료도 없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부터 목표는 아시아 정상이라고 공언했으나 꿈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최악의 졸전이었다. 아무리 김민재가 빠졌다지만, 한국의 수비는 너무나 형편없었다. 무사 알타마리나 야잔 알나이마트가 공을 잡으면 수비가 둘셋씩 붙어도 과감한 드리블에 모두 제껴졌다. 전반에만 슈팅 12개를 얻어맞았다. 조현우의 슈퍼세이브가 아니었다면 두세 골을 내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황당한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센터백 듀오' 김영권과 정승현은 물론이고 박용우와 황인범까지 패스 실수를 저지르거나 공을 끌다가 뺏기는 경우가 잦았다. 황인범은 전반 초반은 물론이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도 헛발질로 공을 내주며 불안함을 더했다. 요르단의 전방 압박이 강한 점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실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결국 한국은 자멸했다. 후반 8분 박용우의 패스 실수로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그리고 후반 21분엔 중원에서 공을 뺏기면서 무사 알타마리에게 추가골까지 얻어맞았다.
이번에도 실수에 실수가 겹쳐서 나온 실점이었다. 이강인이 공을 지나치게 끌다가 패스 템포를 놓쳤고, 뒤늦게 공을 받은 황인범이 다급하게 패스하려다가 끊기고 말았다. 황인범에겐 알타마리의 드리블을 저지할 기회가 한 번 더 있었지만, 태클이 빗나가면서 추가 실점을 바라만 봐야 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클린스만호의 우승 도전은 결승전도 가기 전에 무산됐다. 손흥민은 한참 동안이나 얼어붙어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고, 황인범도 고개를 숙였다.
황인범은 지난 호주전에서도 치명적인 패스 실수로 선제골의 빌미를 내줬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패배를 피했다. 그는 경기 후 "동료들이 나를 구해준 것 같다"라고 말했고, 요르단전을 앞두고도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게끔 해준 팀원들이 호텔에서 쉬고 있다. 그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팀 스포츠인 축구를 택해서 외롭지 않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황인범을 구해줄 동료조차 없었다. 그는 다른 누군가가 실수했을 때 자신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모범이 돼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남은 대회 동안 이런 소중한 추억을 멋진 드라마로 장식하고 싶다"던 황인범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최근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그의 끝은 해피 엔딩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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