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대로 지칠 법도 했지만, 얼굴엔 그늘 한 점 없었다. 클린스만호가 활기찬 분위기 속에 요르단전 최종 대비에 나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과 맞붙는다.
약 2주 만의 리턴 매치다. 한국과 요르단은 이미 조별리그에서 만난 적 있다. 첫 대결에서는 치열한 접전 끝에 2-2로 비기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 전반 9분 만에 손흥민의 페널티킥 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박용우의 자책골에 이어 전반 종료 직전 역전골까지 허용했다. 다행히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의 슈팅이 상대 자책골로 연결되면서 겨우 패배를 면했다.
준결승까지 살아남은 두 팀은 결승 문턱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이번엔 무승부란 없는 진검승부다. 연장전을 치러서라도, 승부차기까지 해서라도 어떻게든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
64년 만의 우승을 꿈꾸는 클린스만호는 5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토너먼트에서 두 경기 연속 120분 혈투를 치른 대표팀이지만, 선수들 얼굴에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다들 밝은 표정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부상자도 없었다. '연습 파트너' 김준홍까지 선수단 26인 모두 잔디를 밟았다.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짧은 스피치가 끝나자 운동장을 가볍게 한 바퀴 돌았다. 황희찬을 시작으로 손흥민, 김민재 등 여러 선수가 취재진을 향해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입 모아 인사를 건넸다.
태극 전사들은 스트레칭을 마친 후 정해진 구호에 따라 움직임을 가져가는 순발력 훈련을 진행했다. 동시에 최대 네 명까지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경쟁이 펼쳐졌다.
한 명이라도 늦거나 실수하면 순식간에 지적이 쏟아졌다. 웃음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손흥민은 동갑내기 김진수를 향해 "왜 이렇게 느려"라며 타박하는가 하면 혼자 남은 황희찬이 멈칫하자 "빨리 해! 빨리 해!"라고 외쳤다. 물론 "좋아! 좋아!"라는 격려와 박수도 잊지 않았다.
한국은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과 8강 호주전에서 연달아 120분을 넘게 뛰었다. 그럼에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요르단전 대비에 집중했다. "선수들의 열정과 48시간의 휴식을 통해 피지컬, 멘탈을 회복했을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프로페셔널한 강한 팀"이라는 후세인 아모타 요르단 감독의 말이 정확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선수들이 자신감에 차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준결승까지 올라오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형성됐다. 아주 어려웠고, 드라마 같은 순간도 많았다. 긍정적인 요소를 많이 얻었다"라며 "긴 마라톤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꼭 1등으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는 한국이다. 클린스만호는 이미 8골을 내줬지만, 아시안컵에서 8골 이상 실점하고 우승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황인범은 "역사는 새롭게 쓰이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8실점했다고 우승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라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라고 당차게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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