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조규성(26, 미트윌란)이냐. 혹은 폭발력을 보여준 손흥민(32, 토트넘)이나 황희찬(28, 울버햄튼)이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과 맞붙는다.
약 2주 만의 리턴 매치다. 한국과 요르단은 이미 조별리그에서 만난 적 있다. 첫 대결에서는 치열한 접전 끝에 2-2로 비기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 전반 9분 만에 손흥민의 페널티킥 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박용우의 자책골에 이어 전반 종료 직전 역전골까지 허용했다. 다행히 후반 추가시간 황인범의 슈팅이 상대 자책골로 연결되면서 겨우 패배를 면했다.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득점에 애를 먹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선 슈팅 22개를 날리고도 한 골만 기록했고, 호주와 8강전에서도 페널티킥과 프리킥으로만 한 골씩 넣었다.
두 차례 연장 혈투를 벌이며 240분을 뛰고 3골만 넣은 셈. 그중 필드골은 사우디전 후반 추가시간 9분 나온 조규성의 헤더 득점이 유일하다. 한국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상대 박스 근처까지는 곧잘 올라갔지만, 마무리 단계에서 세밀함이 부족했다.
특히 조규성이 호주전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그는 2m에 달하는 키를 자랑하는 해리 수타를 중심으로 한 호주 수비를 상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조규성은 약 69분간 슈팅 0회, 경합 승률 25%(2/8), 패스 성공 6회만 기록한 채 이재성과 교체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을 대신해 황희찬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손흥민이 왼쪽 측면을 맡고, 황희찬이 더 직선적인 움직임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조규성 머리를 겨냥한 높은 크로스보단 낮고 빠른 크로스가 많아졌다.
그리고 손흥민과 황희찬이 영웅으로 떠올랐다.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박스 왼쪽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황희찬이 마무리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선 황희찬이 저돌적인 돌파로 프리킥을 획득했고, 손흥민이 환상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2-1 역전승을 완성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우디전 극장골로 부활하는가 싶었던 조규성이 다시 주춤했기 때문. 그가 요르단의 단단한 스리백을 상대로 힘싸움에서 이겨주지 못한다면, 한국 공격도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손흥민 혹은 황희찬의 최전방 배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은 올 시즌 소속팀에서도 여러 차례 원톱 역할을 소화하며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게다가 호주전에서도 나란히 골 맛을 보며 자신감과 컨디션을 제대로 끌어 올린 상태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둘 중 누가 중앙에서 뛰든 간에 유기적으로 포지션을 바꿔 가며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왼쪽 측면이 제 포지션이기에 어색할 것도 없다. 조규성과 비교하면 높이에선 밀릴 수 있지만, 드리블 돌파와 뒷공간 침투 면에선 훨씬 위협적인 카드다.
물론 조규성이 다시 한번 기회를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가 부진할 때도 꾸준히 믿음을 보내 왔다. 요르단 수비진은 호주에 비하면 신장이 작은 만큼 조규성의 제공권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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