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에서 탈락한 일본 축구대표팀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26, 아스날)의 깊은 아쉬움은 마치 한국 대표팀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도미야스는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8강전서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일본의 1-2 패배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특히 도미야스는 1-1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함께 센터백으로 출전한 이타쿠라 고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우승후보였던 일본은 4강 무대로 밟지 못한 채 탈락했다.
4일 일본 '울트라 사커'에 따르면 도미야스는 경기 후 "전반을 1-0으로 앞섰고 후반은 두 번째 골을 넣기 위해 몇 차례 기회를 가졌으나 결정을 짓지 못했다. 그 속에서 버텨야 했으나 견디지 못했다"면서 "좋지 않을 때의 일본이 나왔고 그것을 바꾸려는 선수가 몇 명 있느냐는 것에 대한 열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피치 위에서 느꼈다"고 돌아봤다.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승리해야 할 때 못한다는 것은 항상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승리에 대한 집착이 부족했다. 안좋을 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수비면 공을 빼앗아 분위기를 바꾸고, 공격진이면 드리블 돌파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라면서 "이런 것들이 팀에 없었고, 좋지 않은 일본 그대로 변하지 못하고 끝나버렸기 때문에 이번 뿐만 아니라 좋지 않을 때의 일본이 그대로 나와서 대회가 끝나 버렸다고 본다. 나 자신을 포함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본이 탈락한 원인을 털어놓았다.
도미야스의 말은 마치 일본이 한국처럼 손흥민(32, 토트넘)이 가진 리더십과 카리스마, 강력한 수비로 구심점이 돼주는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 단 번에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의 존재감이 없다는 역설이기도 했다. 개인 능력이 뛰어나고 조직력이 잘 갖춰졌다는 평가를 듣는 일본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부족했다는 결론이었다.
도미야스는 "전반에 모든 선수들에게 했던 말은 상대 센터백 2명이 꽤 넓게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 톱이 아니라 마에다 다이젠 혹은 도안 리쓰가 밖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도록 수정하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경기 중에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하프타임을 통해 이야기하고 수정하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완전히 휩쓸려 버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후반전처럼 어려운 상황 때는 말없이 경기를 한다. 그냥 덤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바꾸려는 선수가 있거나 지금 버티겠다고 말하는 선수가 더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본다"면서 "좋지 않을 때의 일본이 그대로 나왔다. 뭐랄까. 옛날 대표팀은 모르지만 내가 대표팀에 들어간 후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냉철하게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항상 그런지 모르겠지만 결국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좋을 때는 누구나 흐름을 타기 때문에 좋지만 좋지 않을 때 얼마나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나도 더 뒤에서 해야 하고 좋지 않을 때조차 만회가 되는 기량, 능력이 있으면 하는 시각도 있다"면서 "공격 혹은 수비 선수가 좋지 않을 때 혼자 지키거나 혼자 골을 넣는 그런 초월적인 선수가 되는 것도 하나의 다른 길이라고 본다. 둘 다 지향해야 한다"고 말해 대형 선수의 탄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도미야스의 말은 한국의 장점을 말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손흥민이라는 절대적인 주장의 리더십이 존재하고 있다. 경기 중 끊임 없이 동료를 격려하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아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 김민재는 수비의 핵심으로 좋지 않은 상황서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버텨주고 있다. 이강인은 과감한 돌파와 탈압박, 볼 키핑 능력 등으로 한국에 기회를 끊임 없이 생산해내고 있다. 단지 결정력을 지닌 스트라이커가 부재한 상태지만 도미야스의 말대로면 위기에서 더 강한 것이 한국인 셈이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일본이 탈락한 가운데 한국은 이제 오는 7일 요르단과 4강 대결을 앞두고 있다. 단 이 경기에는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태다. 한국은 이 경기서 승리할 경우 이란과 카타르전 승자와 대망의 결승전을 갖게 된다. 이제 한국은 64년 만의 우승까지 단 두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