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해준 손흥민이 형에게 고맙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와 1-1로 비겼다. 그러나 연장 전반 터진 주장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역전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9년 전 패배를 그대로 되갚아주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2015 호주 대회 결승에서 호주에 1-2로 패하며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손흥민이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으나 결국 무릎 꿇었다.
당시 막내였던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자 차두리에게 안겨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느덧 주장이 된 그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2015년 이야기를 꺼내기는 그렇지만, 마음이 아팠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잘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고, 극적인 페널티킥 획득에 이어 역전골까지 터트리며 약속을 지켜냈다.
두 경기 연속 기적 같은 승리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도 경기 내내 끌려가다가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대회 마수걸이 골로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의 연속 선방으로 승자가 됐다. 클린스만호는 이날도 후반 추가시간의 마법을 쓰며 또 한 번 120분 혈투 끝에 웃었다.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4분 반전이 펼쳐졌다. 손흥민이 박스 왼쪽을 돌파하다가 상대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
양 팀의 운명이 걸린 페널티킥. 놀랍게도 손흥민이 아니라 황희찬이 키커로 나섰다. 그리고 황희찬은 골대 왼쪽 상단으로 대포알 슈팅을 꽂아 넣으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클린스만 감독과 선수들, 붉은 악마 모두 미친 듯이 환호했다.
그대로 돌입한 연장전. 손흥민이 또 폭발했다. 그는 연장 전반 14분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골망을 가르며 역전골을 터트렸다. 한국이 이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호주의 퇴장까지 나왔다. 연장 전반 추가시간 에이든 오닐이 황희찬의 공을 뺏으려다가 위험한 태클로 발목을 가격했다. 주심은 처음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레드카드로 정정했다. 승부의 추가 한국 쪽으로 급격히 기울게 됐다.
문제는 황희찬의 몸 상태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누워있다가 겨우 일어나 뛰었다. 그러나 연장 전반 종료 휘슬이 불리자 그대로 경기장 위에 엎어져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의료진의 부축을 받아 허리를 붙잡고 절뚝이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고, 오현규와 교체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황희찬은 "토너먼트에서 지지 않고 결과를 가져왔다. 너무 힘들고 중요한 경기였다. 다같이 하나가 돼 해냈다"라면서 "목표했던 곳에 큰 스텝을 밟았다. 2경기 남았다. 오늘 경기 잘했다. 즐기고 푹 쉬고 다음 경기 준비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키커로 나선 것에 대해 황희찬은 "내가 자신 있어서 마무리했다. 흥민이 형이 양보해줘서 고맙다. 책임감이 컸다. 모든 한국분들에게 중요한 페널티킥이라 더 집중했다"라면서 " 긴장보다 무조건 넣는다는 생각으로 찼다. 마무리 잘해서 기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선발로 첫 아시안컵을 소화한 것에 대해 황희찬은 "사실 너무 선발로 뛰고 싶었다. 팀에 기여하고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남은 두 경기에서도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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