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기둥’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요르단과 4강전서 뛸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일 새벽 1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 알 자눕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23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손흥민의 결승골이 터져 호주를 2-1로 이겼다. 한국은 4강전에서 요르단을 만나 결승진출을 노린다. 무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의 꿈은 이어지게 됐다.
극적인 승리였다. 한국은 전반 42분 수비진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크레이그 굿윈에게 선제골을 먹고 무너졌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극적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황희찬이 동점골을 넣었다. 연장전 손흥민이 그림 같은 프리킥 결승골을 터트려 한국을 구출했다.
문제는 김민재의 카드다. 후반 추가시간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던 김민재가 경고를 받았다. 바레인과 1차전서 첫 경고를 받은 김민재는 경고누적으로 4강전에 뛸 수 없게 됐다. 김민재가 아니었다면 한국이 패해서 탈락하는 이판사판 상황이었다. 김민재의 카드를 탓할 수는 없다.
차라리 잘됐다. 김민재는 8강전까지 한국의 5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수비라인을 이끌었다. 김민재 없는 한국수비진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김민재는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풀타임 뛰었다.
아무리 철벽이지만 김민재도 사람이다. 사우디와 16강전 김민재는 117분을 뛰고 연장전 후반전 박진섭과 교대했다. 모든 경기 거의 풀타임을 뛰면서 한국수비를 책임지는 김민재에게 과부하가 우려됐다. 그렇다고 김민재를 대체할 수비수도 없어 충분한 휴식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호주전 김민재는 수비는 물론 공격까지 시도했다. 김민재는 전반 14분 직접 우측면을 돌파하는 드리블 후 직접 크로스까지 올렸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호주수비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민재는 계속 공격에 가담했다. 전반 26분 중원까지 나온 김민재가 다시 한 번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다.
하지만 한국수비는 뚫렸다. 전반 42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황인범 등 한국수비가 평범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박용우는 상대와 몸싸움에 밀려 슈팅을 막지 못했다. 결국 공간을 허용했고 크레이그 굿윈이 선제골을 넣었다. 김민재가 뒤늦게 발을 뻗어봤지만 실점을 막지 못했다.
김민재의 4강전 결장으로 한국은 요르단전 정승현과 김영권이 중앙에서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둘 다 김민재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표팀 경험도 많은 데다가 울산 HD를 K리그 우승으로 이끈 멤버들인 만큼 요르단을 충분히 막아설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오히려 결승전을 앞두고 김민재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요르단은 김민재 없이는 절대 못 막을 정도로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다. 8강에서 타지키스탄을 상대로 휘청이기도 했다. 만약 김민재가 100% 컨디션으로 결승전에 임한다면 한국의 우승 확률도 크게 올라간다.
다만 호주전에서 또 다시 드러난 수비불안은 클린스만호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김민재에게 크게 의존했던 한국이 4강전에서는 진정한 시험무대에 들게 됐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