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2m 장벽' 해리 수타(26, 레스터 시티)를 앞세워 4강 진출에 도전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괴물'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가 버티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와 맞붙는다.
한국은 기적처럼 8강 무대를 밟았다. 클린스만호는 지난달 31일 대회 16강에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눌렀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조현우가 상대의 슈팅을 두 차례나 막아내며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이제 다음 상대는 호주다. 호주는 16강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제압하고 올라왔다. 인도네시아의 예상치 못한 압박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른 시간 나온 상대의 자책골과 우월한 높이를 앞세워 승리를 따냈다.
이번 경기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는 한국이 4강에 오를 확률을 47%, 호주가 올라갈 확률을 53%로 계산했다.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90분 정규 시간 내에 호주가 승리할 확률은 40%, 한국이 승리할 확률은 33.3%, 비길 확률은 33.3%이다. 호주가 더 유리하다는 뜻.
클린스만 감독 역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호주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린 이미 사우디와 120분을 싸웠듯이 내일도 혈투가 벌어질 것 같다"라며 "하지만 우린 싸울 준비가 돼 있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도 복수를 꿈꾸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5 호주 대회에서 결승에서 호주에 패하며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당시 막내였던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자 차두리에게 안겨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느덧 주장이 된 손흥민은 호주와 리턴 매치를 앞두고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호주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스포츠는 언제나 이변이 발생한다. 2015년 이야기를 꺼내기는 그렇지만, 마음이 아팠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잘 준비하겠다"라며 9년 전 눈물을 씻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경계 대상 1호는 수타다. 그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레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센터백으로 아시안컵 출전 선수 중 가장 큰 키(2m)를 자랑한다.
수타는 소속팀에선 주전 경쟁에 애를 먹고 있지만, 호주 대표팀에선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자원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4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호주는 그를 중심으로 철벽 수비를 펼치며 단 1실점밖에 허용하지 않고 있다.
무시무시한 득점력까지 갖췄다. 수타는 압도적인 A매치 26경기에서 11골을 터트렸다. 클린스만호에도 그보다 많은 골을 기록 중인 선수는 손흥민(43골), 황희찬(12골) 둘뿐이다.
수타는 인도네시아와 16강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크레이그 굿윈이 올려준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했다. 공격에서나 수비에서나 수타를 경계해야 하는 한국이다.
호주에 수타가 있다면, 한국엔 김민재가 있다. 김민재는 모두가 인정하는 '월드 클래스' 수비수다. 그는 지난 시즌 나폴리에 입성하자마자 33년 만의 세리에 A 우승을 이끌었고, 지난해 여름 '독일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해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김민재는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도 22위에 오르며 전 세계 수비수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는 맨체스터 시티 트레블의 주역인 후벵 디아스와 '크로아티아 특급' 요슈코 그바르디올 등도 밀어냈다. 2023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와 AFC 올해의 국제선수상도 모두 김민재의 몫이었다.
김민재는 이번 대회에서도 4경기 모두 선발 출전하며 한국 뒷문을 지키고 있다. 호주전에서도 선발 출전이 확실시된다. 김민재가 세트피스에서 수타의 제공권을 잘 막아준다면 한국의 승리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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