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 과연 둘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난가?”
21세기 전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물음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여전히 명쾌한 해답을 구하지 못한 의문형 명제다. 단순한 두 월드 스타 간 우열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듯싶다.
메시와 호날두는 ‘신계의 사나이’로 불린다. 그만큼 내로라하는 뭇 월드 스타들 가운데에서도 우뚝 솟아 천하를 굽어보는 거봉(巨峯)이다. 한 세기 반을 넘어선 현대 축구 역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존재다. 곧, ‘군림천하(君臨天下)’하는 두 걸출한 별의 고하가 가려져 누군가 우위를 차지하는 순간, 적어도 금세기 최고 스타로서 자리매김한다.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뜨거운 각축이 불꽃을 튀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2022 카타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서, 메시는 우승에 맺힌 한을 풀었다. 조국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고 포효했다. 그로써 메시는 새로운 별칭을 - ‘GOAT(The Greatest Of All Time: 특정 분야 역사상 최고 인물)’ - 얻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이 보내는 일종의 헌사였다.
전통과 권위를 가장 높게 평가받는 발롱도르(Ballon d’or: 황금빛 공) 수상 횟수에서도, 메시가 앞선다. 여덟 번씩이나 발롱도르를 품에 안은 메시가 다섯 번 품은 호날두에 세 걸음 앞섰다.
호날두는 기록을 내세워 응수한다. 각종 득점 기록을 쏟아 냄은 물론 최근에 집계된 21세기(2001년 1월 1일~2023년 12월 31일) 최다 경기 출장 기록 맨 윗자리에 오르며 또 다른 면모를 뽐냈다.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발표한 이 부문에서, 호날두는 1,204경기로 1위를 차지했다. 4위에 자리한 메시(1,047경기)를 157경기 차로 제쳤다.
약 20년에 걸쳐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는 그림 속에서, 두 사람의 우열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하나의 ‘해답’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독일의 축구 이적 정보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는 시장 가치를 기반으로 누가 더 나은가 살펴봤다. 현시점이나 한 해가 아닌, 20년 동안 시장 가치 추이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라, 보다 객관성을 띤 답으로 여길 만하다.
제1차(2005~2014년) 대회전: 무승부로 끝나다
프로 무대엔, 호날두가 두 시즌 더 빨리 데뷔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2002-2003시즌 모레이렌스전(2002년 10월 7일)에서, 메시는 스페인 라리가 2004-2005시즌 RCD 에스퍄뇰전(2004년 10월 16일)에서 각각 프로 마당을 밟았다.
2년이 빠른 만큼, 호날두가 당연히 기선을 잡았다. 2005년에, 호날두의 시장 가치는 2,000만 유로(한화 약 288억 원·이하 1일 환율 기준)였다. 반면 메시는 300만 유로(약 43억 원)였다. 호날두가 거의 7배의 시장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2년 뒤, 반전이 일어났다. 메시의 시장 가치가 4,000만 유로(약 577억 원)로 치솟으며, 전세가 역전됐다. 그 뒤로, 둘은 엎치락뒤치락했다. 2008~2010년엔 호날두가, 2011~2013년 메시가 각기 우위를 점했다. 2014년엔, 사이좋게 1억 2,000만 유로(약 1,731억 원)로 평형을 유지했다.
세계 최고 시장 가치 타이틀을 놓고 자웅을 겨룬 두 영웅이 펼친 첫 10년 대회전은 무승부로 끝났다.
제2차(2015~2014년) 대회전: 메시가 호날두를 압도하다
새로운 10년은 메시가 압도하는 양상으로 펼쳐졌다. 나이가 큰 변수로 작용하는 트랜스퍼마크트의 시장 가치이긴 해도, 두 살 젊은 메시가 줄곧 우세한 판도를 그려 나갔다. 2015년만 1억 2,000만 유로로 승렬(勝劣)을 가리지 못했을 뿐, 2016년부터 현재까지 메시가 앞서는 판세를 보인다.
특히 2018년에, 메시의 시장 가치는 물경 1억 8,000만 유로(약 2,596억 원)까지 치솟았다. 물론 사상 최고치였다. 2012~2017년 1억 2,000만 유로에서 한꺼번에 6,000만 유로(약 865억 원)가 껑충 뛰어오른 시장 가치였다.
반면 호날두의 시장 가치는 세 차례(2014, 2015, 2018년) 매겨진 1억 2,000만 유로가 정점이었다. 메시의 정점과는 6,000만 유로의 격차다. 특히, 호날두는 1년 사이(2019→ 2020년) 4,000만 유로(1억 유로→ 6,000만 유로)나 떨어지는 치욕을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두 별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같은 나이 선수 가운데에선, 최고의 시장 가치를 지녔다. 현재 메시의 시장 가치는 3,500만 유로(약 505억 원)로, 1987년생 축구 선수 가운데 으뜸이다. 호날두의 시장 가치는 1,500만 유로(약 216억 원)로 1985년생 중 가장 높다. 그만치 둘 다 아직 효용성을 갖춘 월드 스타임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랜스퍼마크트는 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더 우위를 보이며 축구 역사상 첫손 꼽히는 위대한 선수인지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제시한 시장 가치를 근거로 했을 때, 메시 쪽으로 균형추가 기울고 있음을 복선으로 깔았음을 엿볼 수 있다.
그렇지만 둘 사이 우열을 판가름하고 싶은 마음은 호사가들의 욕망일지 모르겠다. 트랜스퍼 마크트는 정작 둘은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호날두와 나는 팀을 위해 또 매년 최고에 오르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호날두는 많은 자질을 가진 경이로운 선수다.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는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임에 분명하다.”(메시·2017년)
“메시와 나는 15년 동안 무대를 공유했다. 물론, 우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함께 저녁을 먹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그럴 기회가 있으리라 희망한다. 스페인에서 경쟁하는 동안, 나는 그를 밀었고 그는 나를 밀었다. 축구 역사의 일부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호날두·2022년)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