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를 잡혀도 상대 그리고 상대팬과의 인사는 잊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에서 연장 120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한국은 후반전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26, 미트윌란)의 극적인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1로 돌입한 운명의 승부차기. 수문장 조현우가 펄펄 날았다. 그는 상대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와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한국은 혈투 끝에 8개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승부와 별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사우디의 주장이자 센터백 알불라이히가 보여준 최악의 비매너 행동.
알불라이히는 연장 전반 황희찬에게 프리킥을 내주자 화를 참지 못하고 황희찬 멱살을 잡았다. 그러더니 목을 조르며 그대로 밀쳐버렸다.
결국 황희찬은 뒤로 넘어졌고, 경기장 위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주심은 옐로카드조차 꺼내 들지 않았다.
알불라이히의 몰상식한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부심에게 무언가 항의하는 손흥민을 갑자기 밀쳤다. 심지어 그는 황당하다는 웃는 손흥민의 머리카락을 왼손으로 붙잡고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놀랍게도 알불라이히는 다시 한번 경고를 피했다.
상대의 도발적인 행동에도 손흥민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안정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참았다.
결국 그는 경기 후 상대 골키퍼와 인사를 나눴다. 치열한 맞대결을 펼친 상대에 대한 예우였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치열한 승부의 마지막까지 품격을 놓지 않았다.
일본 디 앤서는 "세계적인 축구 선수의 품격을 느끼게 했다. 조현우를 중심으로 기쁨을 나누는 선수단과는 달리 손흥민은 사우디 선수들에게 다가가 포옹과 악수를 나눴다"고 전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