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아니라 땀이었어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1-1로 비겼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기적 같은 승리였다. 한국은 후반전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극적인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이 끝나도록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운명의 승부차기. 수문장 조현우가 영웅이 됐다. 그는 상대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와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그 덕분에 벼랑 끝까지 몰렸던 클린스만호는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향한 여정을 극적으로 이어나가게 됐다.
주장 손흥민(32, 토트넘)도 북받쳐 오른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그는 이날도 두 차례나 울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손흥민은 조규성이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자 곧바로 달려가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 선수들은 붉은 악마들이 있는 관중석 앞으로 다가가 서로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환호했다.
이때도 손흥민의 눈엔 눈물이 맺힌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조규성을 꽉 안아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승리가 확정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을 모아놓고 격려했다. 조현우에게도 다가가 힘을 전했다.
손흥민은 4번 키커 황희찬의 득점으로 8강 진출이 확정되자 동료들과 뛰쳐나가며 크게 포효했다. 말 그대로 날아갈 듯 기뻐했다. 그는 조현우를 번쩍 들어올리며 해맑게 웃었고, 길고 길었던 승부에 종지부를 찍은 황희찬에게 헤드락을 걸기도 했다.
광란의 시간이 끝난 뒤 손흥민은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손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다 같이 기념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간직했다. 손흥민은 다음날 훈련 전 인터뷰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승리를 마음껏 즐긴 손흥민은 라커룸으로 돌아가다가 벤치 앞에서 멈춰섰다. 그러더니 허리를 숙이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눈물을 흘렸다. 정승현을 비롯한 동료들이 그를 토닥였다.
손흥민은 순간 수많은 감정이 떠올랐는지 울컥한 모습이었다. 주장으로서 부담감과 골을 넣지 못했다는 미안함, 승리했다는 행복함과 안도감 등 생각이 복잡할 법도 했다. 다행히 손흥민은 잠시 후 씩씩하게 일어나 웃음을 되찾았다.
다만 손흥민은 자신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31일 대표팀 회복 훈련을 앞두고 잠깐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눈물을 보였던 걸로 기억한다는 말에 "눈물이 아니고 땀이었다"라고 답하며 가볍게 넘어갔다.
이제 손흥민은 사우디전 승리를 뒤로 한 채 다가오는 호주전에만 집중한다. 한국은 오는 3일 0시 30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8강 맞대결을 펼친다. 호주는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대파하고 올라왔다.
손흥민은 "가장 중요한 건 어제 승리에 너무 젖어있지 않는 것이다. 오늘부터는 바로 다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게 우리의 임무이자 숙제다. 잘 준비해서 호주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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