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대진이 완성됐다. 한국과 일본, 이란, 호주, 카타르 등 '우승 후보'들도 모두 살아남았다.
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열린 이란과 시리아의 맞대결을 끝으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이 모두 완료됐다. 이제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는 팀은 단 8개만 남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도 8강에 합류했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에서 연장 120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기적 같은 승리였다. 한국은 후반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26, 미트윌란)의 극적인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수문장 조현우가 날았다. 그는 상대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와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꿈꾸던 클린스만호는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다.
이제 한국의 다음 상대는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4-0으로 꺾고 올라온 호주다. 한국과 호주는 3일 0시 30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8강 맞대결을 펼친다. 클린스만호는 호주보다 이틀이나 덜 쉬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게다가 한국은 연장 혈투까지 치렀기에 체력 부담이 크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 컨디션을 체크해봐야 한다. 어떤 변화를 가져갈지도 논의해야 한다. 언제나 꾸준히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라며 "분명히 호주전도 잘 준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좋은 결과로 꼭 보답하겠다"라고 밝게 말했다.
주장 손흥민도 필승을 다짐했다. 그는 "(사우디전 승리는) 우리가 더 단단하게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어제 승리에 너무 젖어있지 않는 것이다. 바로 다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게 우리의 임무이자 숙제다. 잘 준비해서 호주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과 호주를 기다리는 팀은 타지키스탄과 요르단이다. 한국-호주와 타지키스탄-요르단 경기의 승자끼리 4강에서 맞붙는다.
'돌풍의 팀' 타지키스탄은 16강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아랍에미리트(UAE)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쳤다. 타지키스탄은 이번 대회가 아시안컵 첫 출전이지만, 8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레바논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첫 출전부터 16강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4위 UAE까지 잡아내는 이변을 썼다. 타지키스탄의 FIFA 랭킹은 106위에 불과하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역사인 타지키스탄이다.
요르단도 16강에서 이라크를 떨어뜨리고 올라오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요르단은 조별리그에서도 한국과 2-2로 비기며 저력을 과시하더니 일본을 2-1로 누른 이라크까지 물리쳤다.
요르단은 이라크전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31분 아이멘 후세인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하지만 후세인이 과도한 세레머니 끝에 경고 누적 퇴장당하며 흐름이 바뀌었다. 수적 우위를 등에 업은 요르단은 후반 추가시간 5분과 7분 연속골을 터트리며 3-2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반대편 대진에선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일본과 이란이 맞붙는다. 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카타르는 16강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올라왔다.
'에이스' 아크람 아피프이 카타르를 구했다. 그는 팀이 0-1로 끌려가고 있던 전반 추가시간 하산 알하이도스의 동점골을 도왔고, 후반 4분 페널티킥으로 역전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그 덕분에 카타르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은 태국을 2-1로 잡고 8강에 진출했다. 점유율에선 밀렸지만, 날카로운 마무리로 태국을 무너뜨렸다. 아지즈벡 투르군보예프와 아보스베크 파이줄라예프가 연속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일본과 이란은 8강에서 격돌한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이라크에 패하며 휘청였으나 16강에서 '복병' 바레인을 3-1로 제압했다.
도안 리츠가 선제골을 터트렸고, 구보가 이번 대회 마수걸이 득점을 기록하며 2-0을 만들었다. 후반 들어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의 자책골이 나오긴 했지만, 우에다 아야세가 단독 돌파 후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승부를 끝냈다. 미토마 가오루가 부상을 떨치고 복귀한 것도 큰 호재다.
이란은 승부차기 끝에 시리아를 누르고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전반 34분 메흐디 타레미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19분 오마르 크르빈에게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내줬다.
여기에 후반 추가시간 타레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낸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다만 타레미가 8강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점이 뼈아프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5팀은 모두 생존했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는 조별리그가 끝난 뒤 일본(19.4%), 카타르(14.8%), 이란(13.7%), 호주(13.3%), 한국(10.8%)을 우승 확률이 높은 TOP 5로 뽑았다. UAE와 이라크가 비교적 약팀에 덜미를 잡히는 이변도 있었지만, 진정한 강팀들은 결국 다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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