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끝나기 전 자리를 뜬 로베르토 만치니(60) 사우디 아라비아 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판이 유럽에서도 나오고 있다.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는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한국 대표팀과 맞대결에서 연장 120분까지 1-1로 비겼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2-4로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사우디는 후반전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가 선제골을 성공시켜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승리를 눈앞에 뒀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극적인 헤더골로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전까지 비긴 후 승부차기 돌입한 경기. 최고의 스타는 골키퍼 조현우였다. 조현우는 사우디의 3번과 4번 키커의 슈팅을 잇따라 막아내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반면 상대 사우디 수장 만치니 감독은 최악의 모습을 드러냈다. 사우디가 선공에 나선 승부차기였던 만큼 한국의 4번 키커가 골을 넣으면 승부는 끝나는 상황. 만치니 감독은 4번 키커로 나선 황희찬의 슈팅을 보지도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가 버렸다.
당연히 경기 후 상대 감독과 하는 인사도 하지 않은 무례를 범한 것이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비인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 4번 키커가 실축하면서 승부차기 결과가 나온 줄 알았다"고 실수를 주장했다.
그러나 수많은 경기를 지도하면서 '명장' 소리를 듣던 감독이 범한 실수라고 믿을 수 없는 변명이었다. 더구나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과 인사도 없었다는 점은 더욱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었다.
파리 생제르맹(PSG),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디디에 도미(46) 역시 만치니 감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비인스포츠' 패널로 참석한 도미는 "저런 식으로 경기장을 떠나면 안된다"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만치니 감독의 행동에 쓴소리를 가했다.
그는 "배경에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감독이 포기하고 가버렸다"면서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언제라도 희망이 있는 법이다. 설사 희망이 없어도 리더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저 사람은 언제든 선수를 포기하고 떠날 준비가 된 감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선수를 보살피고 (상대 감독인) 클린스만 감독을 만나 인사를 나눠야 한다"면서 "최근 10년 동안 이런 일을 본 적이 있냐고? 없다. 경기 종료 직전 떠나는 감독은 본 적이 없다"고 만치니 감독을 나무랐다.
도미는 계속해서 "만치니 감독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고 있다. 사우디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알고 있다. 좋은 인상은 아니다"면서 "그의 좋은 경력을 알고 있으니 정말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탈리아 '명장' 만치니 감독은 라치오, 피오렌티나, 인터 밀란, 맨체스터 시티, 갈라타사라이, 제니트, 이탈리아 대표팀 등을 맡았다. 특히 이탈리아 대표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편 만치니 감독의 조기 퇴근을 지켜 본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는 "사우디의 아시안컵 탈락 이후 만치니 감독이 사우디를 성공적으로 이끌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풋볼이탈리아' 역시 "만치니 감독은 한국에 패하자 승부차기 도중 분노하며 떠났다"고 전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