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한국!"
'라이벌' 일본도 한국의 소름 돋는 역전승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맞대결을 치러 연장 120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한국은 후반전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극적인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1로 돌입한 운명의 승부차기. 수문장 조현우가 펄펄 날았다. 그는 상대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와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한국은 혈투 끝에 8개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뒤 언제나 8강 무대를 밟아왔다.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집념으로 희망을 이어가면서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향한 여정을 계속해 나가게 됐다.
옆 동네 일본에서도 한국의 승리를 조명했다. 일본 매체 ‘게기사카’는 “미라클(기적의) 한국”이라며 클린스만호의 극적인 역전승에 놀라워했다.
한국이 부러울 일본이다.
아직 일본은 16강전을 치르지 않았다. 31일 오후 8시 30분 바레인과 8강 티켓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도 사우디전 승리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경기 종료 후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진행한 클린스만 감독은 "너무 자랑스럽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라고 강조하면서 "기회가 많았는데 마무리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정말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라고 기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번 대회서 처음으로 스리백 전술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성공적이진 못했다. 그는 "실점하고 나서 변화를 가져가기 위해 수비수를 빼고 원래 사용하던 포백으로 돌아갔다. 조규성의 득점이 터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승부차기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잘 준비하고 있었다. 키커 4명 모두 침착하게 잘 성공시켜서 다행”이라고 답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8강 상대 호주에 대해 "(우리에게) 쉬는 시간이 적다. 호주는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다. 잘 준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호주를 꼭 이기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호주는 지난 28일, 한국보다 이틀 전 16강에서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대파하고 일찌감치 8강에 올랐다.
한국은 호주와 역대 28번 맞붙어 8승 11무 9패를 기록 중이다. 여기엔 지난 2015년 호주를 아시안컵 결승에서 만나 연장 승부 끝에 1-2로 석패, 준우승 한 사례가 포함돼 있다. 당시 전반전에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전 때 손흥민의 동점골로 경기의 균형을 맞췄지만 연장 전반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했다. 이에 한국의 ‘무관’이 64년째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5년 호주 사령탑은 현재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지도하고 있는 엔지 포스테코글루(58)였다.
한국은 8강서 호주에 제대로 복수하겠단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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