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세요?' 만치니, 황희찬 슈팅도 안 보고 '쌩'..."미안, 경기 끝난 줄"[오!쎈 알라이얀]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1.31 11: 47

"사과한다. 난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이 황당한 변명을 내놨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에서 연장 120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빠져나가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30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가 열렸다.사우디아라비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2024.01.31 / jpnews.osen.co.kr

한국은 후반전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26, 미트윌란)의 극적인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1로 돌입한 운명의 승부차기. 수문장 조현우가 펄펄 날았다. 그는 상대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와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가 왜 '빛현우'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30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가 열렸다.경기 전 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사우디아라비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01.31 / jpnews.osen.co.kr
이때 예상치도 못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가리브의 슈팅이 조현우에게 막히자마자 갑자기 만치니 감독이 터널을 통해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의 4번 키커 황희찬이 실축한다면 사우디에도 희망이 있었다. 그럼에도 만치니 감독은 이미 승부는 끝났다는 듯이 등을 돌려 걸어 나갔고, 한국이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을 보지 않았다. 
한국 주장 손흥민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한국 선수들을 거칠게 대한 사우디 주장 알리 알불라이히를 비롯해 상대 선수들을 안아주며 위로했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은 승장 클린스만 감독과 악수를 나누거나 자기 선수들을 챙기는 대신 먼저 사라져 버렸다.
만치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행동을 해명했다. 뒤늦게 나타난 그는 "사과한다. 난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라며 "난 누구에게도 무례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치니 감독은 "난 우리 선수들이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많이 발전하고 있다"라며 "나는 아주 행복하고, 아주 슬프다. 우리가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아주 기쁘다. 우린 한 달을 함께했고, 이건 정말 중요했다. 우리는 이제 한 팀이다. 우리가 더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우디 축구협회도 만치니 감독의 '조기 퇴근'에 분노했다. 사우디 '아샤르크 알와사트'에 따르면 야세르 알메샬 사우디 축구협회 회장은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연봉 2500만 유로(약 360억 원)를 받는 감독이 16강 탈락에 이어 기본적인 예의까지 잊어버린다면 화가 날 만도 하다. 앞서 만치니 감독은 오만과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하면서 벌금 징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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