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알리를 넘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에서 연장 120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한국은 후반전 시작 33초 만에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의 극적인 대회 마수걸이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1로 돌입한 운명의 승부차기. 수문장 조현우가 펄펄 날았다. 그는 상대 3번 키커 사미 알나헤이와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써 한국은 혈투 끝에 8개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뒤 언제나 8강 무대는 밟아왔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향한 여정도 계속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3월 부임 이후부터 언제나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공언했다. 클린스만호의 도전은 16강에서 꺾일 뻔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집념으로 희망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국이 아시안컵을 포함해서 성인 A대표팀에서 승부차기를 한 것은 2011년 아시안컵 4강 한일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한국은 1-2로 뒤지고 있다가 2-2로 균형을 맞춰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실제로 이전까지 한국은 2002년 월드컵 8강 스페인전이나 2007년 아시안컵 3/4위전에서 일본을 승부차기로 잡은 적이 있어 나름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달랐다. 한국은 당시 3명의 승부차기 키커 1번 구자철부터 2번 이용래, 3번 홍정호가 모두 실패하면서 충격적인 탈락을 맛봤다. 한국은 3/4위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3-2로 잡고 3위를 차지했으나 일본이 결승서 호주를 1-0으로 잡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아쉬움만 남기게 됐다.
이후 국제 대회에서 한국은 승부차기에 나선 적이 없었다. 사우디전 승부차기는 13년만의 승부차기였던 것. 여기에 사우디가 이전의 승부차기 4번서 모두 승리를 거둔 나라였기에 부담감은 커졌다. 여기에 상대 골키퍼 모하예드 알야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엄청났기에 우려는 더욱 커졌다.
알야미는 4번의 다이빙 세이브와 박스 안에서 5번의 선방을 포함해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알리송과 비교해서 '알라송'이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의 조현우 역시 부지런히 상대의 공세를 막았지만 정규시간과 연장전내 퍼포먼스는 알야미가 확실히 우위였다.
그래도 승부차기에는 '빛'이 '알리'를 넘었다. 승부차기는 사우디가 선공에 나섰다. 사우디는 23번 무하메드 카노가 1번으로 나섰다. 조현우가 방향을 읽었으나 한발 차이로 들어갔다. 한국은 선공으로 주장 손흥민이 나서 빠르게 차서 성공시키면서 1-1로 따라 붙었다.
2번 압둘 하메드가 왼쯕으로 강하게 찬 것도 그대로 골문을 향했다. 여기에 한국도 김영권이 맞붙어서 성공시키면서 2-2로 따라 붙었다.
팽팽하던 승부서 '빛'이 나타났다. 조현우는 사우디 3번 키커 사미 알 나지의 슈팅 방향을 정확하게 읽고 침착하게 만들어서 막아냈다. 여기에 3번으로 나선 조규성이 오른쪽으로 찬것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3-2로 한국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4번 가리브가 키커로 나섰으나 다시 빛이 가로 막았다. 조현우는 다시 한 번 왼쪽으로 방향을 읽고 정확하게 막아냈다. 여기에 4번 황희찬이 우측 상단으로 강하게 차서 성공시키면서 한국은 8강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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