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윌로우 존슨(흥국생명)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메이저리그 303승 레전드 출신 랜디 존슨의 딸로 잘 알려진 존슨은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의 대체 선수로 흥국생명의 새 식구가 됐다. 지난 30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한국도로공사와의 원정 경기에서 첫 선을 보였다.
윌로우는 경기 전 “한국에서 뛰는 게 나의 오랜 꿈이었는데 꿈을 이루게 돼 행복하다. 선수들 모두 따듯하게 환영해줬다.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연습을 통해 많은 걸 준비했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윌로우를 두고 “훈련만 놓고 판단하는 건 어렵다. 오늘 경기에 뛰게 된다면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윌로우는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보여줬다. 3세트 동안 17득점을 기록하며 팀내 선수 가운데 레이나(22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44.44%.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며 5라운드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아본단자 감독은 윌로우를 두고 “5일 전에 한국에 왔는데 잘해준 거 같다. 팀 상황과 시스템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에너지 면에서는 확실히 좋아 보였다”고 호평했다.
데뷔 무대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며 데일리 MVP로 선정된 윌로우는 공식 인터뷰실에 들어오자마자 엄지 척을 날렸다. 아본단자 감독과 통역 담당 김태희 씨는 인터뷰에 나선 윌로우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너무 재미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훈련이 힘들었지만 동료들이 도움 덕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윌로우의 소감이다.
흥국생명의 팀컬러인 분홍색으로 염색한 이유를 묻자 “전 소속 구단에서 팬들에게 톡톡 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처럼 핑크색으로 (염색을) 해봤다. 흥국생명에 오게 된 건 우연이 아닌 것 같다”고 환히 웃었다.
윌로우는 아버지 존슨이 현역 시절 사용했던 등번호 51번을 달고 코트를 누빈다. 51번을 고른 이유에 대해 “원래 4번 또는 44번을 달 생각이었는데 한국에서는 4의 의미가 좋지 않아 가족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51번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잘 알려진 대로 존슨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김병현과 함께 뛰며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윌로우가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아버지 존슨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는 “한국 무대에서 뛰기 위해 3년 연속 트라이 아웃에 도전했는데 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역시 굉장히 기뻐하셨고 한국인 선수와 함께 월드시리즈를 우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이다. 한국과의 인연이 흥미로운 것 같다”고 했다.
‘월드스타’ 김연경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소감에 대해 “김연경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정말 대단하다. 특히 김연경은 좋은 선수 이전에 좋은 사람이다. 새 팀에 적응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공격 포인트를 쌓을 때마다 열정적인 제스처가 돋보였다. 이에 윌로우는 “사실 오늘은 평소보다 침착한 편이었다”면서 “아버지의 열정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