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우측면을 휘저어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2무를 거두며 E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요르단,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연달아 비기며 바레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토너먼트 첫 상대는 F조 1위로 올라온 중동의 강호 사우디가 됐다.
패배는 곧 탈락인 녹아웃 스테이지. 더 이상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이 꾸준히 강조했듯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이긴 적이 없지만(1무 3패), 아픈 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는 한국이 8강에 진출할 확률을 51.7%, 사우디가 올라갈 확률을 48.3%로 예측했다. 단 3.4% 차이. 이는 16강에서 펼쳐지는 8경기 중 가장 근소한 차이다.
이번 경기의 핵심은 우측면이다. 클린스만호가 오른쪽에서 사우디의 공세를 얼마나 잘 막아내는지, 그리고 공격적인 사우디의 측면 뒷공간을 얼마나 잘 공략하는지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
사우디는 왼쪽 공격수 살렘 알다우사리가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2022년 AFC 올해의 선수 수상자인 그는 그는 빠른 속도와 발기술을 자랑하는 베테랑 공격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멋진 역전골을 터트리며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에게 패배를 안기기도 했다.
알다우사리가 넓은 지역을 누비면서 공간을 만들면 미드필더 모헤만드 칸노와 왼쪽 윙백 모함메드 알브레이크 혹은 나세르 알다우사리가 파고들어 수비에 균열을 낸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3-5-2, 또는 3-4-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도 윙백의 공격 가담을 통해 공격을 풀어나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도 알다우사리를 중심으로 한 사우디의 유기적인 공격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사우디는 스위칭 플레이가 상당히 강하다. 전방에서 자연스럽게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수들이 자유롭게 위치를 바꿔가면서 뛴다. 흐름을 잘 타면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들도 많기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오른쪽 날개에 기대를 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강인. 그는 이번 대회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3위이자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1위인 이라크의 아이멘 후세인(6골)은 16강에서 짐을 쌌기에 득점왕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왼발 킥과 탈압박은 클린스만호의 주요 공격 루트다. 문제는 상대도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 세부 전술이 부족한 클린스만호는 '해결사' 이강인이 막히는 순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도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2~3명의 수비가 달려와 공간을 막았다. 실제로 그는 요르단의 집중 견제에 묶였고,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세트피스로만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이번 경기에서는 약속된 플레이로 이강인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수비 가담도 잊어선 안 된다. 사우디의 스위칭 플레이를 막으려면 이강인까지 내려와 수비수들을 도와야 한다. 그는 지난 시즌 마요르카에서 뛰면서 활동량과 공 경합 능력, 태클 능력까지 강점으로 만든 만큼 걱정은 없다. 선발 출전이 유력한 설영우, 김민재 등과 함께 돌아 들어가는 사우디 선수를 잘 붙들어야 하는 이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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