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장'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한국 축구사에 또 하나의 발자취를 새기기 직전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2무를 거두며 E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요르단,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졸전을 펼치며 연달아 비겼다. 상대는 F조 1위로 올라온 중동의 강호 사우디가 됐다.
패배는 곧 탈락인 녹아웃 스테이지. 더 이상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이 꾸준히 강조했듯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승리를 내주는 순간 그대로 짐을 싸야 한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이긴 적이 없지만(1무 3패), 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제 손흥민에겐 매 경기가 인생에서 마지막 아시안컵 경기일 수 있다. 물론 그가 지금 보여주는 활약과 자기 관리를 보면 2027년 사우디 대회 출전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법. 4년 뒤 만 35세가 될 손흥민의 나이를 고려하면 다음을 기약하긴 쉽지 않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어느덧 이번 대회가 4번째 아시안컵이다. 이는 은퇴한 골키퍼 김용대와 함께 한국 최다 참가 기록.
손흥민은 지난 2011 카타르 월드컵을 시작으로 4개 대회 연속 출전 중이다. 당시 만 18살이었던 그는 조별리그 인도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뽑아내며 한국 선수 중 아시안컵 최연소 득점 기록(만 18세 194일)까지 세웠다.
이제 손흥민은 또 하나의 역사에 도전한다. 바로 아시안컵 최다 경기 출전 기록. 손흥민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총 15경기를 뛰었다. 이동국, 차두리, 이운재와 함께 공동 2위 기록이다.
손흥민은 한 경기만 더 치르면 이영표와 함께 최다 경기 출전 금자탑을 쌓게 된다. 이영표와 2000년, 2004년, 2011년 3개 대회를 통틀어 16경기를 뛰었다.
이번 사우디전에 나선다면 이영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이 사우디를 넘어 8강, 4강, 결승까지 오른다면 손흥민이 치르는 한 경기 한 경기가 한국 축구의 역사가 되는 셈.
손흥민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주장 완장을 달고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필드골이나 도움은 따로 없지만, 집중 견제를 이겨내면서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넣었다. 다만 결과는 예상치 못했던 1승 2무와 조 2위. 손흥민의 경기력 역시 기대만큼은 아니란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았다. 16강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사우디를 잡아낸다면, 조금은 처져 있을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면 64년 만의 우승도 꿈이 아니다. 손흥민도 지난 2011년 4강에서 일본에 패한 뒤 흘렸던 눈물과 2015년 결승에서 호주에 무릎 꿇은 뒤 흘렸던 뜨거운 눈물을 씻어낼 수 있다.
손흥민도 아쉬운 기억은 뒤로 한 채 '꿈'을 향해 달린다. 그는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뒤 "언제나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붓겠다"라며 "조국을 위해 우승하길 원한다. 언제나 꿈꿔온 일"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손흥민의 아시안컵 도전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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