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피하고 싶단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누굴 만나도 잘 이겨낼 수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는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2무를 거두며 E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요르단,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졸전을 펼치며 연달아 비겼다. 상대는 F조 1위로 올라온 중동의 강호 사우디가 됐다.
16강 진출 국가 중 최다 실점 팀과 최소 실점 팀의 맞대결이다. 한국은 3경기에서 6골을 내주며 인도네시아와 함께 가장 많은 골을 내줬다. 이는 한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역대 최다 실점 신기록(종전 기록은 1996년 5실점)이기도 하다.
반대로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딱 한 골만 내줬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부임한 뒤 수비가 단단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만 오만과 키르기스스탄, 태국 등 비교적 약팀을 상대하고 올라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33, 울산 HD)은 경기를 하루 앞둔 29일 도하 메인 미디어 센터(MM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토너먼트에 진출해서 굉장히 좋은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라는 팀이 강팀인 만큼 우리도 분명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이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해외에선 한국이 일부러 말레이시아와 비기면서 조 2위로 일본을 피했다는 의심이 들끓고 있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이 후반 추가시간 15분 동점골을 내준 뒤 미소 짓는 장면이 큰 화제를 모았다. 외신 기자들은 클린스만 감독은 물론이고 앞서 인터뷰했던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 감독에게도 이 이야기를 질문했다.
열심히 싸운 선수들로서는 불쾌할 수 있을 터. 김영권은 쏟아지는 의혹에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는 누굴 만나고 싶고, 누굴 피하고 싶고 이런 생각은 전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우린 누굴 만나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히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게 큰 목표였다. 경기 결과가 무승부로 끝나서 아쉽게 조 2위로 올라가게 됐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이 64년 만의 우승을 일궈내기 위해선 수비 안정화가 필수다. 말레이시아에 3골을 내준 수비력으론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 어렵다.
김영권은 "분명히 문제는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조별리그에서 불거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토너먼트에서 그렇게 실점했다면 경기 결과에 영향이 컸을 것이다. 사우디전에서는 분명히 대량 실점해선 안 된다. 선수단을 비롯한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잘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번 경기가 펼쳐지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김영권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다. 그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동점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극적인 16강 진출에 힘을 보탠 바 있다.
약 1년 만에 다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을 찾게 된 김영권. 그는 "좋은 기억이 있고, 좋은 경기를 했던 곳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안컵과 월드컵은 분명 다른 대회다. 선수들도 많이 바뀌었고, 감독님도 바뀌었다.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좋은 기억을 갖고 나 한 명 개인이 아니라 한국 대표팀이 승리할 수 있게끔 어느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불태웠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