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의 왼쪽 날개가 돌아온다. 황희찬(28, 울버햄튼)과 김진수(32, 전북 현대)가 선발 출격을 준비 중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전 대비 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은 이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E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6강 상대는 사우디로 3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클린스만호는 현지 시각으로 28일 오후 4시에 훈련을 시작했다. 대표팀이 오전이 아니라 오후 훈련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그간 오후 2시 30분에 경기를 치렀지만, 사우디전은 오후 7시에 열리기에 훈련 시간을 조정한 것.
대표팀은 밝은 분위기로 훈련을 진행했다. 어김없이 클린스만 감독의 짧은 스피치로 시작을 알렸고,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었다. 그런 뒤 두 그룹으로 나뉘어 패스 훈련과 밸런스 훈련을 소화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황희찬과 김진수도 정상적으로 훈련에 참여했다. 둘은 이달 초 아랍에미리트 전지훈련에서 각각 엉덩이 근육과 종아리 근육을 다치면서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 나란히 조별리그 1, 2차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행히 회복세가 빨랐다. 두 선수 모두 지난 말레이시아전에 교체 출전하며 피치 위로 돌아왔다. 황희찬은 후반 18분, 김진수는 후반 30분 투입돼 끝까지 경기를 소화했고, 경기 후에도 별다른 통증이 없다고 말했다.
이젠 선발 출전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황희찬과 김진수 둘 다 몸 상태가 생각보다 많이 좋아졌다. 사우디전 풀타임 가능성도 기대해 볼 만하다. 사실 8강 정도를 예상했는데 치료도 잘 받고 선수들도 많이 노력했다. 다음 경기 출전 가능성이 크다"라고 귀띔했다.
황희찬과 김진수가 선발로 나선다면 클린스만호에도 날개가 달린다. 그동안 한국은 주로 다재다능한 이재성을 왼쪽 미드필더로 배치했고, 말레이시아전에선 '항저우 아시안게임 득점왕' 정우영을 기용했다.
그러나 둘 다 황희찬만큼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건 사실이다. 이재성은 특유의 성실함과 영리함으로 많은 역할을 했지만, 본인이 말한 대로 왼쪽이 최고의 포지션은 아니었다. 정우영 역시 헤더 득점을 올리긴 했으나 공을 갖고 있을 때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특히 왼쪽 수비에 고민이 깊었다. 이기제가 꾸준히 선발 출전했으나 1, 2차전에서 아쉬운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았고, 요르단전에선 우측 햄스트링까지 다쳤다. 말레이시아전에서 왼쪽 수비를 맡은 설영우도 페널티킥을 내주며 고개를 떨궜다.
황희찬-김진수 듀오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둘은 오랜 시간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만큼 조직력에도 문제가 없다.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와 김진수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클린스만호의 우승 도전에도 큰 힘이 실린다.
여기에 이기제까지 훈련에 복귀했다. 그는 요르단전 이후 숙소에 남아 재활에 집중했고, 27일에도 단체 스트레칭을 마친 뒤 따로 회복 훈련을 소화했다. 그러나 28일엔 팀 훈련에 참여했다.
KFA 관계자는 "이기제도 팀 훈련을 일부 소화할 예정이다. 본인 의지가 강하다. 우려보다 훨씬 빨리 돌아왔다. 기적적으로 회복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김진수와 이기제가 모두 회복을 마치면 '풀백 대란'에 시달리던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도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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